청소년 대상 영화 교육 프로그램 운영 용역 공고에 정치적 중립과 특정 이념·사상 배제 조건 등을 기재한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청소년들의 정치적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는 지난달 17일 영화진흥위원장에게 특정 소재나 이념·사상의 배제를 요구하는 방식보다 이 같은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영진위가 기재한 공고가 표현·예술의 자유와 청소년의 정치적 자유를 침해한다는 진정에 대해서는 “문구에 따라 진정인들의 입찰이 제한됐다거나 교육 프로그램의 대상이 되는 청소년들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등의 구체적 피해 사실을 특정할 수 없다”면서 각하했다.
앞서 영진위는 지난해 4월 ‘2024년 차세대 미래관객 육성사업 운영 용역’을 공고하고 교육 대상 영화의 조건으로 ‘정치적 중립 소재와 특정 이념, 사상을 배제한 영화 및 교육프로그램으로 구성하여 진행’이라는 문구를 넣었다. 2010년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연대 모임, 독립영화 관계자들은 영진위의 문구에 “진정인들의 표현 및 예술의 자유를 침해하는 동시에 교육 대상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면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영진위는 헌법상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준수하고 영화 ‘서울의 봄’ 학교 영화 단체관람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발생한 점 등을 고려해 해당 문구를 작성했다고 해명했다.
인권위 침해구제 제2위원회(위원장 이충상 상임위원)는 “진정인들의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특정할 수 없다”면서 진정을 각하했다. 다만 “청소년 대상 영화 교육프로그램이라는 이유로 일체의 정치적 소재나 특정 사상·이념을 배제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공직선거법과 정당법의 취지에 반한다”면서 “청소년의 자기결정권, 양심 또는 사상의 자유 및 참정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을 비방하거나 찬양하는 작품’ 또는 ‘정파성에 입각하여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의 이익에 기여하고자 하는 작품’ 등으로 구체화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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