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부터 간헐적으로 내린 폭설과 12·3 비상계엄 사태, 설 명절 소비자 해외 유출에 최근 몰아친 영하 19도에 육박하는 한파까지 소비심리 위축을 유발하는 악재가 잇따르며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배달 수요를 이용해 매출 회복을 노리고 있지만 일부 배달 대행 업체의 각종 ‘할증’에 마땅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4일 통계청의 민간 데이터 기반 속보성 지표 ‘나우캐스트’의 전국 식료품 및 음료 가맹점 카드 매출액 지표에 따르면 연말인 2024년 12월 27일 매출액은 1년(52주) 전 대비 7.4%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3년 연말 매출액이 2022년 동 시점 대비 2.9% 상승한 것과 상반되는 수치다. 배달 외식 분야 또한 마찬가지다. 지난해 입동 이후 11월 8일부터 올해 1월 10일까지 전국 배달 외식 매출 금액은 각 날짜별로 52주 전 대비 단 한 차례도 상승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식업 소상공인 매출 하락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폭설이나 한파 등 악천후가 꼽힌다. 지난해 11월 26일부터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최대 적설량 20㎝ 이상의 폭설이 쏟아지면서 소상공인의 매출 역시 고꾸라졌다. 폭설 직후인 지난해 11월 29일 배달 외식 분야 매출 금액의 경우 52주 전 대비 10.7% 감소하며 이례적으로 두 자릿수 하락률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진 집회 또한 소상공인 매출 하락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2월 12일 소상공인연합회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비상계엄 이후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한 소상공인의 비율은 88.4%인 것으로 파악됐다.
집회 단골 지역인 광화문 주변은 물론 탄핵 심판을 진행하고 있는 헌법재판소 인근 소상공인들은 “주말 장사가 어려워졌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40대 A 씨는 “소규모라도 집회가 열리면 마이크 소리 등 소음이 있기 때문에 조용히 음료를 즐기러 오던 손님들의 발걸음이 뚝 끊겼다”며 “집회 참석자들이 방문한다고 해도 회전율 자체가 나오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매출 부진에 허덕이던 소상공인들은 설 명절에 매출 회복을 노렸지만 여의치 않았다. 1주일가량 이어진 황금연휴에 소비자들이 해외로 빠져나간 까닭이다. 연휴에 배달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었지만 배달 대행 업체들의 각종 할증이 발목을 잡았다. 일부 배달 대행 업체는 휴일에 ‘휴일 할증’을 적용하는데 폭설이나 한파 때 붙는 ‘기상 할증’까지 겹쳐 배달 수수료가 평소 대비 적게는 20%, 많게는 50% 이상 오른 것이다.
소비심리를 얼어붙게 만들 수 있는 한파도 당분간 이어질 예정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전국 아침 최저 영하 18도를 기록한 4일부터 일요일인 9일까지 아침 최저기온이 전국에서 모두 영하권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은 심리가 안정됐을 때 소비를 하는 경향이 있는데 정치적인 불안감 등이 소비 위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사회 안정으로 인한 경기회복을 기다리는 것보다 정부가 지출을 조기 집행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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