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가 같은 중학교에 배정되면서 제도적 허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교육 당국은 전학 등을 강제할 수 없다는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해 초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A군은 같은 반 B군으로부터 엎어치기 공격을 당해 전치 6주의 중상을 입었다. 당시 A군은 성장판이 손상되고 어깨 부위가 20cm 찢어져 철심을 삽입하는 긴급 수술을 받았다. 의료진은 2~3년의 추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는 위원 전원 만장일치로 B군에게 학교폭력 조치 사항 중 7호(학급 분리) 처분을 내렸다. 당시 B군의 학부모는 “피해 학생 곁에도, 그림자 근처에도 가지 않겠다”며 자발적 전학을 약속했고 이에 A군 측은 소송 등 추가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 B군 측은 “해당 지역에 중학교가 한 곳 뿐”이라며 A군과 동일 학교 진학을 통보했다. 현행법상 학교폭력 조치 사항 8호 ‘전학’ 처분 이상을 받은 경우에만 상급학교 배정 시 피해 학생과 분리 조치가 가능하다.
해당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교장의 재량으로 피해 학생의 전학은 가능하나 가해 학생의 전학 등을 강제할 수는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A군의 학부모는 “가해자를 피하려면 읍내 밖의 학교로 전학을 가는 방법 밖에 없다”며 “왜 피해자가 생활 터전을 떠나야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문가들은 학교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교육학 전문가는 “가해자 처벌 수위와 상관없이 피해자 보호가 가능하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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