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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 기후변화로 사라지는 빙하…80만년전 역사도 사라진다

■빙하 곁에 머물기 (신진화 지음, 글항아리 펴냄)





1965년 빙하학자 클로드 로리우스는 남극 아델리랜드에서 빙하를 시추하고 있었다. 사방이 얼음인 상황에서 고된 작업을 마치고 숙소에서 위스키 한 잔을 마시는 게 그의 유일한 낙이었다. 어느 날인가 위스키에 넣을 얼음이 떨어졌다. 주위를 둘러보니 흔한 것이 빙하였다. 빙하 조각을 떼어 컵에 넣었더니 얼음 조각에서 마치 샴페인처럼 공기 방울이 터져 나오는 것 아닌가. 로리우스는 여기서 착안해 빙하에서 포집된 기체를 이용한 이산화탄소 측정법을 개발한다. 빙하를 이용한 과거의 기후 연구의 출발이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빙하학자 중 유일한 여성이기도 한 신진화 한국극지연구소 박사후 연구원의 과학과 미래 이야기 ‘빙하 곁에 머물기: 지구 끝에서 찾은 내일’이 출간됐다. 그는 2012년부터 빙하를 연구하고 있고 2023년 6월에는 그린란드 국제 심부 빙하 시추 프로젝트에 국가대표로 참여하기도 했다.

저자는 빙하에 우리의 현재와 미래가 달렸다고 말하며 기후변화를 실질적인 생존의 위기로 체감한다 “과거 기후가 기록되어 있는 빙하가 현재 기후변화로 사라지고 있다. 빙하학자에게는 ‘조선왕조실록’과 같은 국가유산이 불타 없어지는 것과 같은 일이다. 더 이상 지구상에 연구하기에 적합한 빙하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내 직업도 빙하와 함께 사라질지 모른다.”



빙하는 눈이 쌓인 흔적이다. 남극 대륙이나 그린란드, 그리고 높은 산봉우리에는 빙하가 있다. 표면은 눈이지만 아래로 내려갈수록 압력을 받아 얼음 상태가 된다. 지하 60~110m의 빙하 속에는 과거 눈에 섞여 있는 공기와 먼지까지 남아있다. 때문에 빙하학자들은 빙하를 ‘냉동 타임캡슐’이라 부르기도 한다. 빙하학자들은 이런 타임캡슐을 분석해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특히 중요한 남극 빙하는 최대 80만 년 전의 기후 역사까지 알 수 있을 정도다. 그랬더니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 지금의 인류처럼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급격한 속도로 배출했던 시대는 아직 한 번도 없었다. 이대로 온난화가 가속화된다면 2100년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800ppm을 웃돌 것이고 그 수치는 3390만 년 전의 그린란드에 빙하가 없었던 때와 맞먹는다고 한다. 그럴 경우 해수면 높이는 지금보다 7m 높아진다.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재료는 빙하 속에 담긴 지구 역사와 물질들의 상호 작용, 그리고 빙하 연구에 나선 개인적인 기억들이다. 빙하가 형성되던 시점부터 온난화가 심각한 현재까지, 저자는 여기에 자기 경험담을 더해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나간다. 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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