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전직 대통령 고(故) 전두환 씨의 미납 추징금을 환수하기 위해 서울 연희동 자택 명의자인 부인 이순자 여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법원에서 각하됐다. 검찰이 소를 제기한 지 3년 4개월 만이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2부(김진영 부장판사)는 7일 국가가 이 여사 등 11명을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에서 “전두환 씨의 사망에 따라 판결에 따른 추징금 채권은 소멸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각하는 소송 요건이 갖춰지지 않아 본안 판단 없이 배척하는 처분이다.
검찰은 서울 연희동 자택과 전 씨의 옛 비서관인 이택수 씨 명의로 된 정원이 전 씨의 차명재산이라며 2021년 10월 소를 제기했다. 앞서 같은 해 4월 대법원이 전 씨의 비자금을 추징하기 위해 이 여사 명의로 변경된 본채 등을 압류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하자, 연희동 자택이 사실상 전씨의 소유임을 증명해 소유권을 되돌린 뒤 비자금을 추징하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검찰이 소를 제기한 지 약 한 달 만에 전 씨가 사망하면서 사망자 명의로 소유권을 이전해 추징금을 집행할 수 있느냐가 쟁점이 됐다. 검찰은 전 씨가 사망하기 전에 소를 제기한 만큼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이 여사 측 변호인은 “법의 기본 원칙은 사망한 사람에게는 권리가 없다는 것”이라며 재판부가 소송을 각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부도 “각종 판결에 따른 채무는 원칙적으로 상속의 대상이 안 된다”며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라 추징금의 경우 상속 재산에 대해 집행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번 사건은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 여사 측 손을 들어줬다.
전 씨는 1996년 대법원에서 반란 수괴 및 내란 수괴 혐의로 무기징역과 함께 추징금 2205억 원을 선고받았다. 전 씨는 800억 원이 넘는 추징금을 내지 않은 채 2021년 11월 23일 세상을 떠났다. 1심 판결이 확정되면 전 씨의 미납 추징금은 법적으로 완전히 소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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