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전동킥보드 면허 신설 방침을 확정하고 면허 취득 과정에서 필기 시험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앞서 업계는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필기·실기가 아닌 온라인 시험 형태를 채택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해 왔다. 경찰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업계와의 정면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9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해 말 진행한 유관기관·단체 공청회와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최근 개인형이동장치(PM) 전용 면허 신설 방침을 확정했다. 면허 취득 방식은 학과(필기) 시험만 치르거나 학과와 기능(실기) 시험을 모두 치르는 두 가지 방안 중 선택할 예정이다. PM은 전기 등을 동력으로 하는 1인용 이동수단을 의미하며 전동킥보드가 가장 대표적이다. 면허 취득 연령은 현재 전동킥보드를 운행하기 위해 필요한 원동기장치자전거(배달용 오토바이, 소형 스쿠터 등) 면허와 동일한 만 16세로 잠정 결론지었다.
공청회와 설문조사 모두에서 면허 신설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특히 시민 1000명 상대로 진행했던 설문조사에선 70% 이상이 면허 신설이 필요하다고 했으며, 절반 이상이 본인 혹은 자녀의 면허 취득에 동의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PM 면허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선 이견이 없는 수준이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경찰이 PM 면허 도입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경찰은 지난 2021년, 2023년에도 두 차례 산하 한국도로교통공단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제도 개선안을 마련했다. 이를 토대로 만들어진 법안이 지난 21대 국회에 발의됐지만 일부 반대 의견으로 폐기됐다. 다만 공청회·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찬성 여론이 확인된 만큼 이번에는 판세가 경찰에 보다 유리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동킥보드 운행을 위해 전혀 다른 이동수단인 원동기 면허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것도 경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업계 역시 PM 면허 신설 자체는 반기는 분위기다. PM 면허가 신설될 경우 고질적인 미성년자 무면허 운전 문제를 대폭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3년 PM 교통사고 2389건 중 1148건이 무면허 사고, 이 중 907건이 미성년자가 일으킨 사고였다.
문제는 면허 취득 방식이다. 업계는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싱가포르처럼 온라인 시험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미성년자들이 전국 27개에 불과한 면허 필기시험장에 직접 방문해 면허를 취득할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은 현재 필기 도는 필기+실기 두가지 방식만을 검토하고 있다. 온라인 교육만 이수하는 방식도 고려했지만 공청회에서 반발이 커 배제했다. 당시 공청회에는 PM업계 관계자들은 초청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경찰이 필기 시험을 의무화할 경우 업계가 다시 한 번 고사 위기에 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한국PM산업협회 회장)은 “이미 지난 3~4년간 상당수 회사들이 헬멧 미착용 벌금, 견인 제도 등 각종 규제를 이기지 못하고 사업을 접었다”며 “규제만 남발해선 업계가 지속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PM업체 한 관계자는 “아무도 따지 않을 게 뻔한 면허를 도입하는 건 개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