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수입 의약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예고함에 따라 미국에 보툴리눔 톡신을 수출하는 대웅제약(069620)과 휴젤(145020)의 가격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산 의약품의 미국 수출액은 13억 5809만 달러(약 2조 원)로 전년 대비 50% 가량 늘었다. 국산 의약품 수출액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매년 급증하면서 지난해 75억 3959만 달러(약 11조 원)까지 급증했다. 그 중 미국 수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18.0%로 헝가리(16.8%)·독일(7.2%) 등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만큼 트럼프 정부가 의약품에 관세를 매기면 막대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트럼프 정부는 ‘국경 관리 및 마약 유입 문제 해결’을 이유로 중국, 멕시코, 캐나다에 대한 관세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부 장관은 “의약품과 조선업 등 미국 제조업 재건이 관세 부과의 목적”이라고 언급하며 의약품 관세 부과 의사를 내비쳤다.
여러 의약품 중에서도 국산 톡신에 대한 관세 영향이 우려된다. 애브비의 ‘보톡스’ 대비 약 30%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인기를 끌었던 국산 제품들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치료용 의약품의 경우 적응증에 따라 대체재가 많지 않지만 미용 목적 톡신은 주로 가격에 따라 시장 수요가 좌우된다.
실제 대웅제약은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를 국내에서 완제품으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1~3분기 누적 1158억 원에 달하는 나보타 전체 수출액 중 미국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휴젤 역시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보툴리눔 톡신 ‘보툴렉스’(미국 제품명 레티보) 품목허가를 받고 첫 수출 물량을 선적한 상태다.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입 의약품에도 관세가 부과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한다면 관세 부담이 약가 상승으로 이어져 (국산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며 “특히 미용 톡신을 수출하는 대웅제약과 휴젤이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의약품이 국민 건강과 직접 연결되는 제품이기 때문에 미국 정부도 공격적으로 관세를 올려 약값을 높이기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도 의료 서비스 가격 상승으로 환자들의 부담이 늘어나길 원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양한 시나리오별 리스크가 있는 만큼 여러 대책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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