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 중 44.0%가 월세 계약 비중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빌라 전세사기 여파로 아파트 전셋값이 오르는 상황에 전세대출 규제로 전세 보증금이 부담되는 세입자들은 월세로 돌아서고 있다. 정부의 전방위 대출 규제로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억눌린 매매 수요가 임대차 시장에 머물면서 이같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10일 부동산R114가 2023~2024년 서울 아파트 전월세 실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4분기 임대차 계약에서 전세 비중은 56.0%(3만 112건), 월세 비중은 44.0%(2만 3657건)로 직전 분기 대비 월세 비중이 3.3%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2년부터 불거진 전세사기 여파와 2023년 5월부터 꾸준히 오르는 전셋값에 월세시장으로 이동한 수요자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부동산R114가 자체 집계하는 월세지수도 역대 최고치(지난해 4분기 기준 144.47p)를 기록 중이다.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의 계약유형별 비중을 보면 갱신계약 비중이 2023년 3분기 이후 증가세인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지난해 4분기 갱신계약 비중이 31.6%를 기록하면서 최근 2년래 최대를 기록했다.
2023~2024년 전월세 거래가 가장 많은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의 경우, 2023년 1분기 8억 1000만 원이었던 평균 전세보증금은 지난해 4분기 10억원으로 약 23% 증가했다.
전세보증금의 80%를 대출받는다고 가정하고 시중 5대 은행 전세자금대출 금리 평균인 4.5%를 적용하면 매월 244만원의 이자가 300만원까지 늘어나게 된 셈이다. 반면 동일 단지·면적의 월세(갱신계약)는 보증금은 큰 변동이 없었으나 126만원이던 월세가 178만원까지 상승하면서 40%가량이 증가했다.
월세가격이 급증했음에도 갱신계약 비중의 증가 속도가 빠르다. 높아진 전셋값의 문턱을 넘지 못한 수요자들이 신규 전세 및 월세 계약을 체결하기 보다 계약갱신청구권을 활용해 기존 월세 계약을 연장한 영향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 연구원은 “전세대출보증 비율을 현행 100%에서 90%로 인하하는 등의 규제가 예고되면서 전세대출 한도가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가계대출 규제 강화 기조 속에서 올해 수도권 신축 아파트 입주 물량 부족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전세가가 상승한 영향이 크다”며 “전세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전세 보증금 마련이 어려워지게 되면 수요는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될 수밖에 없어 ‘전세의 월세화’는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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