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기약 없는 무안국제공항 정상화, 광주 군민간 공항 이전, 흑산공항….’
전남도 건설교통국이 시험대에 올랐다.
민선 8기 들어 그동안 전남도 건설교통국장 자리를 지켜온 인물들은 공항 이슈와 관련 매년 “어렵다, 어렵다” 하면서도 문제 해결과 함께 나름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을사년 새해 이 자리를 꿰찬 문인기 국장의 경우 난관에 난관이 예고되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 속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김영록 전남지사의 대선 출마 선언에 따른 ‘공항 이슈’가 호남권 결집에 중대한 변수로 떠오르면서 전남도청 안팎에서는 “머리가 아플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동안 전통적으로 무난하게 건설교통국을 이끌어온 선배들의 전철을 따라가기 위한 문 국장의 능력이 제대로 검증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025년 을사년, 전남도 건설교통국은 그야말로 ‘블랙홀’에 빠져 버린 듯한 분위기다.
지난해 12월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취해진 공항 활주로 폐쇄 조치가 장기화할 전망이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무안국제공항은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나 새 떼 문제 등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하므로 10월까지는 문을 열 수 없을 것 같다”고 밝혔지만, 이 보다 장기화 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근 도시인 광주공항으로 국제선 기능이 한시적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전남도는 즉각 반박했다. 국토부 승인요건과, 공항 안전, 세관·출입국관리·검역시스템 구축 등에 어려움이 있으므로, 무안국제공항 8월 재개항을 목표로 광주시와의 상생협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냉정하게 말해 현재 무안공항 정상화는 기약이 없는 상태다.
2025년은 역대 최악의 적자는 기정사실이다. 가뜩이나 ‘적자공항’ 오명을 쓰고 있는 상황 속에 여론도 긍정적이지 않다.
무안공항은 지난 2023년 매출액 50억 원, 영업손실 253억 원을 기록했다. 국내 공항 15개 가운데 가장 큰 적자 규모를 기록했다. 무안공항 인근의 광주공항과 비교하면 매출액(97억 원)은 절반 수준이고 적자 규모(86억 원)는 3배에 가깝다.
한편 전남도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후속대책으로 내놓은 460억 원 추모공원 조성도 집안(민주당)에서 조차 순서가 바뀐 성급한 발표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직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인한 슬픔이 가시지 않아 섣부른 목소리는 나오고 있지 않지만, 광주시민들은 “여객기 운항의 안전이 담보 되지 않는 공항 이전을 누가 찬성하겠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현재 광주 민간공항 이전과 관련, 분위기는 녹록지 않다. 전남도 입장에서는 여론마저 불리하게 흘러가는 듯하다.
광주광역시는 군 공항 동반을 전제로 무안공항에 민간공항 이전을 추진했다. 하지만 광주시민들 사이에서는 이를 재검토하자는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무안공항 여객기 이·착륙 비행경로와 인근에서 자주 출몰하는 새떼 이동 지점이 겹치거나 교차해 향후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사고에 따른 제2의 제주항공 참사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계기로 정치권 등에서는 광주 민간공항 이전에 대한 목소리는 작아 질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의견도 나온다.
광주광역시를 기반으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는 한 정치인은 “현재 시점에서 안전이 담보 되지 않은 채 누가 광주공항을 무안공항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공약을 제시하겠냐”며 “그동안 군 공항 문제 만큼 ‘갑’에 위치했던 전남도와 무안군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군 공항과 묶인 광주 민간공항의 무안공항 통합은 그동안 극심한 전투기 소음을 떠안을 수 없다는 무안군민들의 강력한 반대로 공회전만 거듭하고 있다.
광주 군·민간공항 동시 이전과 관광객 유치를 위한 전남 신안 흑산공항 개항마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영록 전남지사의 공항정책의 하이라이트지만, 이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인해 어려운 난관에 봉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조기 대선 전망 속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영록 지사의 정치력과 함께 전남도 건설교통국의 능력이 제대로 검증돼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국내 최대 철새 이동 길목에 추진되는 흑산공항 건립도 환경단체 등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전남도는 섬 관광 활성화와 기상여건이 악화할 때마다 유일한 교통수단인 여객선 운항이 자주 중단돼 응급환자 후송을 위해서라도 공항개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지만,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호남 대망론’, ‘호남 주자론’을 내세우며 조기 대선 전망 속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김영록 전남지사는 공항과 관련 이슈가 정치적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김영록 지사는 신재생에너지 기반 마련, 우주산업 클러스터 기반 구축, 통합의대를 통한 전남권 국립의대 설립 추진 등 다양한 성과를 올리면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취임 이후 전국 광역단체장 직무수행평가에서 대부분 1위를 차지하는 등 지역 내(전남)에서는 여전히 높은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기반을 바탕으로 조기 대선 전망 속 호남권 대권주자로 입지를 다지기 위한 정치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광주 군 공항 이전과 맞물린 민간 공항 이전의 경우 현재는 국제선 추진 문제로 광주와 보이지 않는 감정싸움이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 전북에 생길 새만금공항과 맞물린 무안공항과의 상대적 경쟁 부분도 현명한 대처가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대선 출마 명분으로 내세운 ‘호남권 결집’은 사실상 어렵지 않겠냐는 정치적 시각이다.
전남도는 동북아 관문공항 위상에 맞는 무안국제공항 조성을 위해 최첨단 조류 감시·퇴치 시스템 도입, 대형기종 이·착륙이 가능한 국제공항 수준의 활주로 건설을 정부에 건의하고, 조기 운항 개시를 통해 빠른 시일 내 정상 운영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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