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이달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관세 폭탄을 피하려 몸을 낮추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미 무역 흑자를 낸 인도를 “무역에 있어 매우 큰 악당”이라고 부르며 보복 관세 부과를 예고하고 있다.
9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모디 총리는 12일 미국 워싱턴DC에 도착해 13일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는 무역 문제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과의 교역에서 몇 년째 대규모 흑자를 내고 있는 인도를 ‘눈엣가시’로 여기고 있다. 지난해 인도는 미국을 상대로 457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모디 총리는 대미 관세 인하 및 미국산 무기 구입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을 벌이며 관세 부과를 피하려는 전략을 쓸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전략은 회담 전부터 현실화하고 있다. 10일 로이터통신은 인도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인도가 전자제품, 의료·외과 장비, 일부 화학제품을 포함한 최소 12개 부문에서 관세 인하를 검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미국산 제품 수입 확대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미국에서 수입하거나 향후 수입을 늘릴 가능성이 있는 위성 접시 안테나, 목재 펄프 등에 대한 관세 인하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도 인도가 미국산 상품에 적용되는 관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해 나가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며 “인도 당국자들은 일각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미국과 제한적인 무역 협정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인도는 1600㏄ 이상 엔진을 장착한 대형 오토바이 수입 관세를 50%에서 30%로 낮췄다. 이를 두고 미국산 오토바이 할리데이비드슨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인도는 트럼프 대통령의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에 발맞춰 5일 미국 군용기를 통한 100명이 넘는 인도인의 송환을 승인했다.
미국산 무기 구매 논의도 회담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모디 총리에게 “인도가 더 많은 미국 무기를 구매하고 공정한 무역 관계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세계 최대 무기 수입국인 인도는 주로 러시아 무기를 구매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모디 총리는 방문 기간 동안 전투기와 무인기 등 방위 제품과 미국산 석유를 더 많이 구매할 의향이 있음을 시사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도 인도가 미국산 장갑차 구입 및 공동 생산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복수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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