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이 간손상의 주범이라는 속설을 뒤집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원성호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와 이상헌 단국대 생명융합공학과 교수 공동연구팀은 2011~2019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청구 데이터를 활용해 67만 2411명의 환자를 분석한 결과 한의의료기관에서 처방한 한약은 간독성으로부터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0일 밝혔다. 평소 간기능이 떨어져 있던 사람이 한약을 먹었을 때 간이 더 나빠질 수는 있으나 건강한 사람이 한약을 먹고 간이 나빠질 확률은 매우 낮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한의의료기관에서 처방받은 한약이 ‘약물 유발 간손상(drug-induced liver injury)’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살폈다. 그 결과 한의의료기관에 내원했거나 한약 처방을 받은 후 90일 이내에 약물 유발 간손상 발생 위험은 증가하지 않았다. 특히 외래 환자의 약물 유발 간손상 발생 위험도는 1.01(95% 신뢰구간:1.00~1.01)로 거의 변동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양방 병의원에 내원했거나 양약 처방을 받은 환자군의 경우 의료기관 방문 후 3~15일 이내 약물 유발 간손상 발생 상대 위험도가 1.55(95% 신뢰구간:1.55~1.56)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약 처방을 받은 환자의 위험도는 2.44(95% 신뢰구간:2.43~2.44)까지 치솟았다.
해당 연구는 SCI(E)급 국제학술지국제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파마콜로지(Frontiers in Pharmacology)’ 최신호에 실렸다.
한의사들은 불법으로 유통된 한약재가 아닌 정식 한의의료기관에서 처방받은 한약이 간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양약이 약물 유발 간손상의 주된 원인이라는 게 국내외 연구 결과를 통해 입증됐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는 2010년 미국간학회지(Hepatology)에 게재된 논문이 꼽힌다. 미국 내 약물 유발 간손상 환자 1198명을 대상으로 검토한 결과 항생제, 항결핵제, 항진균제 등의 양약으로 인해 간손상이 발생했다는 내용이 담긴 연구다.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약리학 분야 국제학술지 악타 파마슈티카 시니카 비(Acta Pharmaceutica Sinica B)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2012~2016년 중국 ADR(이상약물 반응) 모니터링 시스템을 활용해 총 667만 3000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양약으로 인한 간손상이 95.5%에 달했고 한약은 4.5%에 그쳤다.
한의협은 이번 연구와 관련 “한약은 간에 나쁘다며 국민을 호도하던 일부 양의계의 주장이 전혀 근거 없는 악의적인 거짓말이라는 것을 명명백백히 밝혀 준 값진 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대규모 데이터를 활용한 학술논문을 통해 한약이 간에 안전하고 나아가 간 건강에 도움이 되는 사실이 입증된 만큼 한약을 폄훼하고 비방해 오던 세력들은 즉각 잘못된 행동을 멈추고 깊은 반성과 함께 국민과 한의계에 진솔한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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