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로 충격을 줬던 '서울 시청역 역주행 참사'의 운전자가 1심 재판에서 금고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춘근 부장판사는 12일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등 혐의를 받는 운전자 차모 씨(69)에게 금고 7년 6개월을 선고했다. 금고는 수형자를 교도소에 가둬 신체적 자유를 박탈하되 노역을 강제하지 않는 형이다.
차씨는 지난해 7월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호텔에서 자신의 차량을 운전하면서 일방통행 도로를 역주행하다 인도로 돌진해 인명 피해를 낸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 사고로 9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 당했다.
차씨는 당시 사고 원인에 대해 차량의 급발진을 주장해 논란이 됐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를 통해 사고 차량에 저장된 위치정보·속도가 사고기록장치, 블랙박스 영상 속도 분석과 일치하는 등의 근거로 차씨가 가속 페달을 밟았다고 판단했다. 사고 당시 차량 최고 속도는 시속 107㎞에 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심 재판부 역시 당시 차량 가속·제동장치에 기계적 결함이 없었고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이 아닌 가속 페달을 반복적으로 밟았다 뗐다고 보고, 차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가속 페달이 아닌 브레이크를 밟았다면 가해 차량은 제동 장치를 작동해 정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사고 당시 계속 브레이크를 밟고 있었음에도 오류로 정지하지 않았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피고인이 일반적 차량 운전자에게 요구되는 주의 의무를 다했다면 인명 피해를 방지하거나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과실로 9명이 사망하고 5명이 상해를 입어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으며 피고인은 피해자들과 합의하지 못했다"며 "유족들에게 사과하거나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했다고 볼 아무런 자료도 제출되지 않았다. 유족들은 엄벌을 탄원하고 있지만 피고인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도 않았다"고 질타했다.
검찰은 지난달 15일 "피해자들은 일상적인 공간에서 생명을 잃었고 유족들은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살고 있음에도 피고인은 계속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면서 차 씨에게 금고 7년 6개월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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