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협력 가능성이 거론되는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이 공개 행보로 인공지능(AI) 관련 자회사를 방문한 모습이 포착됐다. 주력 사업인 전자상거래 분야가 둔화되고 있는 만큼 알리바바가 AI 분야에 더욱 집중하며 활로를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2일 중국 매체에 따르면 마윈이 전날 항저우 알리바바 시시 파크에 회사 로고가 적힌 조끼를 입고 등장해 미소를 지으며 직원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했다. 직원들은 “안녕하세요”라며 마윈에게 손짓했고, 한 직원은 “전혀 60살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시나닷컴은 전했다.
지난 3년여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마윈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여러 차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29일에도 항저우 알리바바 파크에 나타났고, 12월에 열린 알리페이와 앤트그룹의 20주년 축하 행사에도 출연해 “AI 시대의 향후 20년은 모두의 상상을 뛰어 넘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라고 연설했다.
2개월 만에 공개 행보를 보인 마윈의 등장에는 리샨 셴위 사장이 동행했다. 마윈은 알리바바 지능정보사업그룹 구역을 방문해 중고거래 플랫폼인 ‘셴위’와 AI 기반 정보검색 플랫폼 ‘쿼크’ 등을 둘러봤다. 셴위와 쿼크는 온라인 도매 플랫폼 ‘1688’, 지능형 모바일 오피스 플랫폼 ‘딩딩’과 함께 알리바바 그룹의 ‘4소룡’으로 꼽힌다. 우융밍 알리바바 최고경영자(CEO)는 2023년 11월 이들 사업이 충분한 시장성, 독특한 시장 포니셔닝, 사용자 수요의 추세외 그룹의 AI 중심 전략에 부합한다는 점을 들어 AI 기반 전략적 혁신 사업으로 선정했다. 우 CEO는 혁신 사업은 독립 자회사 형태로 운영하며, 3~5년 주기로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마윈은 지난해부터 AI를 미래 먹거리로 강조하며 ‘AI2C(AI To Consumer·소비자용 AI)’를 강조하고 있다. 앤트그룹 20주년 행사에서도 강조한 것처럼 그룹의 미래를 위해 AI 분야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알리바바는 이달 초 세계 최고 AI 과학자 중 한 명인 쉬주훙을 AI2C 사업부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쉬 부사장은 칭화대에서 컴퓨터공학 학사, 홍콩중문대에서 동일 과목 석·박사를 취득하고 싱가포르 난양이공대, 싱가포르경영대에서 교수를 역임했다. 미국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기업인 세일즈포스에서 부사장 겸 아시아연구원 학장으로 아태지역의 AI 연구와 혁신을 담당했던 AI 분야의 권위자다. 그는 AI2C 비즈니스의 복합 기본 모델과 에이전트 관련 기초 연구, 응용 솔루션 등을 담당할 예정이다.
알리바바는 주력 사업 분야인 전자상거래 부문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AI를 통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윈이 찾은 셴위는 수익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쿼크는 알리바바의 AI2C 방향에 맞춰 기술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지난달 29일 AI 모델 ‘큐원(Qwen) 2.5-맥스’를 출시했는데, 딥시크의 V3, 오픈AI의 GPT-4o, 메타의 라마 3.1 등을 모든 영역에서 능가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애플이 중국에서 아이폰 등 자사 기기에 AI 기능을 탑재하기 위해 알리바바와 협력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은 “알리바바의 주력인 전자상거래 사업 성장이 둔화하면서 AI 열풍에 어떻게 맞춰 새로운 사업을 통해 젊은 층을 유치할 것인지가 알리바바의 중요한 과제”라고 예상했다.
한편 홍콩 증시에 상장된 알리바바의 주가는 연일 상승세를 기록하며 이날 110홍콩달러를 돌파해 지난 10월 18일 이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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