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 세계가 쏟은 국방비 규모가 1년 만에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주요국이 안보 불안으로 국방비 지출을 늘린 것으로 해석되는 가운데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지난 3년간 세계가 지출한 국방비가 천문학적인 규모에 이른다는 평가도 나온다.
12일(현지 시간) 영국 싱크탱크 국제문제전략연구소(IISS)는 ‘세계 군사력 균형 평가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글로벌 국방비 총액이 2조 4600억 달러(약 3570조 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IISS는 2023년 전 세계 국방비가 2조 2400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세계 각국이 방위비 지출을 크게 확대하며 1년 만에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특히 2021년 전 세계 국방비가 2조 1130억 달러(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집계 기준)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022년 러시아 전쟁 발발 이후 3년간 국방비 지출에 3470억 달러(약 502조 원)를 더 쏟아부은 셈이다.
지난해 국방비 증가율(물가를 반영한 실질 기준)도 7.4%(전년 대비)로 2023년(6.5%) 수준을 넘어섰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비율 역시 1.94%로 전년(1.8%)보다 높아졌다.
지역별로 보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국방비 지출이 증가했다. 중국의 경우 7.4% 늘어 아시아(3.9%)보다 지출 증가 속도가 빨랐다. 한국은 439억 달러로, 전 세계에서 열 번째 수준으로 국방비를 쓴 것으로 조사됐다. 아시아에서 중국·인도·일본에 이은 네 번째다.
특히 1년간 러시아가 국방비 지출을 크게 확대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러시아는 국방비에 전년 대비 41.9% 늘린 1459억 달러를 썼다. 이를 국가 구매력을 감안한 수준으로 환산하면 4616억 달러에 이른다. 유럽 전체가 지출한 국방비(4570억 달러)보다 많은 수준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IISS는 올해 러시아의 국방비 지출이 13.7%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이는 러시아 GDP 대비 7.5%, 러시아 연방 지출 대비 약 40% 수준”이라고 짚었다.
벤 배리 IISS 선임분석가는 “휴전이 없다면 앞으로 수개월간 전쟁 상황은 거의 같을 것”이라며 “러시아가 전쟁을 계속하기를 바란다면 올해 내내 이를 계속할 인적·물적 자원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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