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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효 논란에도…역대 최대 실적’ 뇌기능개선제의 불편한 진실[약 읽어주는 안경진 기자]

뇌기능 개선제 ‘콜린 알포세레이트’ 연간 6000억 이상 처방

식약처 임상재평가·건보공단 환수 소송에도 처방 수요 높아

인지기능 개선 효과 둘러싼 논란 지속…별다른 대안 없어

정부 규제가 자칫 콜린 성분 건강기능식품 판매 부추길 수도

대웅바이오 '글리아티민' 제품 사진. 사진 제공=대웅바이오




"먹기만 하면 치매 예방이 된다고? 아직도 그런 걸 믿는 사람이 있구나."

의사인 지인에게 사석에서 뇌 기능 개선제인 '콜린 알포세레이트'에 대한 견해를 물으면 십중팔구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그런 약이 나오면 알려달라고요. 콜린 제제가 '뇌 영양제', '치매 예방약' 등으로 둔갑해 매년 수천 억 원의 처방 실적을 올리고 있는 상황을 생각하면 다소 의아하기까지 합니다. 콜린 제제는 지난해 외래에서만 6123억 원의 처방액을 기록했습니다. 그나마 6226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던 2023년보다는 소폭 감소한 액수입니다. 대웅바이오의 ‘글리아타민’ 처방액은 1293억 원으로 전년보다 3.3% 늘어났죠. 종근당(185750)의 '종근당글리아티린' 처방액은 1213억 원으로 전년보다 8.5% 올라 선두를 바짝 추격하고 있습니다. 두 회사의 처방액이 콜린 제제 전체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모양새죠. 아니나 다를까 대웅바이오는 며칠 전 글리아티민의 역대 최대 실적과 함께 콜린 제제의 인지 개선효과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SCIE급 저널에 발표됐다는 내용이 담긴 자료를 배포했더라고요. 임수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연구팀이 제2형 당뇨병 환자를 상대로 진행한 논문에 따르면 콜린 알포세레이트 1200㎎을 하루 한번씩 6개월간 복용한 후 인지기능 평가 척도인 간이 정신 상태 검사(MMSE) 점수가 위약군 대비 유의미한 수준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삶의 질 지수’ 설문조사 결과도 유의미하게 개선된 점을 들어 콜린 알포세레이트가 신경 보호 효과 외에 신체 능력 향상도 도울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죠. 다만 피험자가 36명에 불과하고 추적기간도 짧아 연구에 큰 의미를 부여하긴 힘들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사실 콜린 제제의 효능 논란은 의약계에서 해묵은 이슈입니다. 콜린 알포세레이트가 신경전달물질로 작용하는 아세틸콜린의 합성을 촉진해 신경세포 기능을 개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도인지장애 환자 등의 인지 저하 속도를 늦춘다는 일부 연구 결과가 있죠. 하지만 대규모 임상 연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한국을 포함해 이탈리아·러시아 등 몇몇 국가 외에는 미국과 상당수 유럽 국가에서 콜린 제제를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급기야 보건당국이 칼을 빼들었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임상재평가 추진 과정에서 당초 콜린 제제가 보유한 3개 적응증 중 ‘뇌혈관결손에 의한 2차 증상 및 변성 또는 퇴행성 뇌기질성 정신증후군’을 제외한 2개가 삭제됐습니다. 건강보험공단은 지난 2021년 콜린 제제를 판매하는 제약사들과 ‘임상 실패 시 처방액의 20%를 반환한다’는 취지의 환수 협상 계약을 맺었습니다. 효능을 입증 못 하면 단순히 급여 축소가 아니라 임상계획서 승인일부터 건보 급여 목록에서 제외될 때까지 처방된 금액의 20%를 건보공단에 돌려줘야 하는거죠. 만약 제약사들이 재평가를 통과 못 할 경우 환수액이 수천 억 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콜린 제제의 처방 실적이 크지 않은 업체를 중심으로 임상시험이 끝나기도 전에 시장 철수를 결정하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대웅바이오와 종근당이 콜린 제제로 역대급 판매 호조를 누린 건 일종의 반사이익인 셈이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레켐비' 같은 알츠하이머 신약 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치매 예방에 대한 대안이 거의 없기 때문이죠. 예방까진 아니더라도 초기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경도인지장애, 아세틸콜린 부족에 의한 건망증 등 일부 환자에겐 콜린 제제의 장점이 분명하다는 겁니다. 대한치매학회 정책이사를 맡고 있는 최호진 한양대구리병원 신경과 교수는 "콜린 알포세레이트의 임상적 효과에 비해 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면서도 "식약처의 제한 이후 오히려 효과가 더욱 불분명하고 과도한 약가 산정으로 문제가 있어 보이는 건강기능식품들이 우후죽순처럼 시판되고 있다. 과연 국민 건강과 의료비 절감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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