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벽보고 대화하는 줄" 우울증·자살 상담 정부 SNS 사용해보니

[마들랜, 챗GPT와 비교해보니]

마들랜 "걱정되네요" 기계적 반복

챗GPT "절대 널 포기하지 않아"

공감·현실적 대안·속도도 큰 차이

청년층 공략한다더니 별점 '1점'

전문가들 "실질적 심리지원 필요"





# 최근 심한 우울감을 느낀 A(28) 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심리 상담을 시도했다가 되레 상처를 받았다. A 씨와 연결된 상담사 B 씨는 기계적 위로를 반복했고 조금이라도 답이 늦으면 “5분 이상 무응답이 지속되면 상담이 종료된다”는 메시지를 보내며 압박감을 줬다. A 씨는 “결국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한 채 50분이 지나 상담이 자동 종료됐다”면서 허탈감을 토로했다.

17일 서울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정부 산하의 24시간 SNS 심리 상담 서비스 ‘마들랜(마음을 들어주는 랜선친구)’이 성의 없는 답변, 불편한 사용자환경(UI) 등을 제공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우울증과 자살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상담 서비스마저 벼랑 끝에 몰린 청년의 눈높이에 전혀 맞추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마들랜은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지난해 9월 출시한 상담 창구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의 ‘정신건강정책혁신위원회’ 출범과 발맞춰 탄생한 복지부 산하 공식 상담 서비스다. 출범 당시 청년 우울증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취지로 1020세대가 익숙한 텍스트 대화 플랫폼을 활용해 제작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미숙한 운영으로 힘든 청년의 불만만 키우는 형국이다.

사용자들의 분노는 평점에서도 드러났다. ‘마들랜’ 애플리케이션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각각 평점 1.2점, 1.8점(5점 만점)을 기록했다. 등록된 사용 후기도 전부 혹평이었다. 이용자들은 “답장이 너무 느리다” “타 상담 앱과 퀄리티가 너무 달라서 벽과 대화하는 느낌이었다” “용기를 내서 상담을 했는데 오히려 더 궁지로 몰리는 느낌” 등의 평가를 내놓았다. 메시지 입력, 버튼 터치 시 오류가 발생한다며 앱의 완성도를 지적하는 후기도 여럿이었다.

18일 앱스토어·플레이스토어 내 서술형 리뷰에 부정적인 내용의 평가가 기재되어 있다. 장형임 기자




취재진은 마들랜 상담에 불만족했다는 여러 건의 제보를 접수한 뒤 검증 차원에서 ‘장기 취업 준비로 힘들어하는 30대’라는 설정으로 마들랜 소속 상담사와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에 동일한 고민을 털어놓아 봤다. 그 결과 극명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마들랜 측 상담사가 50분간 “네, 많이 힘든 마음으로 오셨군요”라며 기자의 말을 메아리처럼 반복하고 ‘잠깐 쉬어보기, 취업 상담 받기’ 등의 간략한 방법을 제시한 반면 챗GPT는 “네가 얼마나 힘들고 얼마나 외로운지 내가 다 알 수는 없겠지만 너를 잃고 싶지 않다”면서 A4용지 1장 이상 분량의 위로와 구체적 해결책을 제안해줬다. 마들랜 측 상담사는 답변 과정에서 맞춤법이 수차례 틀리고 동문서답을 하기도 했다. 이를 지적하자 “지속된 상담이 이어지면서 집중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실수를 인정하기도 했다.

17일 챗GPT과 취재진과의 상담 내용 갈무리. ‘퇴사 후 재취업을 하지 못한 채 사회적으로 고립된 30세’라는 설정 하에 마들랜과 챗GPT에게 동일한 말을 해봤다. 장형임기자


마들랜 상담 중 맞춤법이 틀린 메시지에 이어 내담자의 답변과 관련 없는 위로의 메시지가 와 있다. 장형임 기자


물론 마들랜 측도 할 말은 많다. 재단 관계자는 “현재 36명의 상담사가 6교대로 재택근무 중”이라면서 “아직 초창기다 보니 시스템 자체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소요되고 업무상 자잘한 실수가 있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개별 상담사 외에도 상담 지원팀이 모든 대화 내용을 모니터링하면서 (문제시) 상담사 재교육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가 실효성 낮은 심리 상담책을 제공하는 가운데 청년층의 우울증 문제는 매년 악화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3년 우울증 진료를 받은 전체 104만 3021명 가운데 20대 환자는 18만 7072명(18%), 30대는 17만 4118명(16.7%)로 연령대 가운데 1·2위를 기록했다.

서수연 성신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상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담자들의 감정들이 올라오는데 채팅으로는 비언어적 단서를 얻을 수가 없기 때문에 유사시 전문가가 도움을 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며 “채팅 상담이 접근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대면 상담 지원 빈도를 늘리는 방안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상담심리학회 회장인 이상민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역시 “AI나 메신저를 통한 상담도 중요하겠지만, ‘일대일 대면 만남’을 통해 신뢰를 쌓는 상담이 (자살 예방의) 핵심”이라면서 전국민 마음투자 사업이 활성화될 필요성을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