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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에만 年30조 쏟은 화웨이…세계 첫 트리폴드폰으로 글로벌 왕좌 노려

[중국제조 2025 10년] <1> 테크굴기 선봉에 선 화웨이

2020년 2분기 스마트폰 세계 1위

美제재에 순위권 밖으로 밀렸지만

팹리스서 장비·소재까지 집중투자

정부 전폭지원 업고 기술독립 이뤄

애플 등 꺾고 자국시장 1위로 올라

화웨이가 1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공항에 세계 최초로 선보인 ‘트리폴드(두 번 접는 폴더블폰)’ 스마트폰의 글로벌 첫 출시를 안내하고 있다. 김광수 특파원






“세계는 최초를 기억하는 만큼 화웨이 트리폴드폰에 대한 관심이 큽니다.”(아랍에미리트 미디어 관계자)

제조업 강대국의 야심을 드러낸 ‘중국제조 2025’ 전략이 발표된 지 올해로 10년, 중국이 기술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급부상하며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레드 테크’의 선봉에 서 있는 화웨이는 18일(현지 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트리폴드폰을 해외시장에 처음 내놓고 갈고닦은 기술력을 과시했다. 현장은 베이징 주재 주요 언론을 비롯해 중국·홍콩·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 등 세계 각지에서 모인 미디어 관계자들로 북적였다.

화웨이가 신제품을 발표한 이날은 24절기 중 ‘추운 겨울이 가고 봄을 맞이한다’는 의미의 ‘우수’다. 미국의 거센 압박에 혹한의 겨울을 보내고 있지만 따뜻한 봄을 맞을 것이라는 의지를 담아 날짜를 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화웨이는 2023년 3월 멍완저우 순환회장이 전년도 실적을 발표할 때도 곳곳에 매화 장식을 넣어 ‘불의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23년 7㎚(나노미터·10억 분의 1m) 공정으로 제작한 ‘기린 9000s’를 탑재한 메이트60 프로를 출시할 때도 지나 러몬도 전 미국 상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한 날을 콕 집어 선택했다. 대중 무역 규제를 총괄하는 수장을 향해 미국 제재의 희생양인 화웨이가 ‘기술 독립’을 선언하자 당시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우연만은 아니다”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화웨이가 1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무역전시센터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인 ‘트리폴드(두 번 접는 폴더블폰)’ 스마트폰을 비롯한 혁신 제품 발표회를 진행했다. 김광수 특파원




화웨이는 2019년 5월 미국 상무부가 화웨이와 계열사 70여 개를 ‘블랙리스트’에 올리며 시련에 맞닥뜨렸다. 미국은 물론 유럽 등 동맹국이 화웨이 제재에 동참하며 운영체제(OS),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핵심 공급선이 차단당하자 스마트폰 사업이 추락했다. 시장조사 업체 IDC에 따르면 화웨이는 2020년 2분기 세계 시장에서 20%의 점유율로 1위를 찍었으나 그해 4분기 8.4%로 급락했다.

절름발이 신세로 전락한 화웨이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기술 자립에 힘을 쏟았다. 메이트60 프로에 장착된 7나노 AP는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설계하고 중국 파운드리 기업 중신궈지(SMIC)가 생산했다. 메이트60 프로 출시 전인 2023년 3월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 겸 창업자는 “미국 제재로 타격을 입은 우리 제품에 들어가는 부품 1만 3000개를 모두 중국산으로 교체하고 회로기판 4000개를 재설계했다”며 기술 독립을 선언했다. 최근 열풍을 일으킨 인공지능(AI) 모델 딥시크의 ‘R1’이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AI 반도체 ‘어센드 910C’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며 화웨이의 기술력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화웨이의 기술 굴기에는 압도적인 연구개발(R&D) 투자가 자리하고 있다. 삼성전자 대비 절반 수준의 매출액에도 R&D 비용은 2023년 기준 1647억 위안(약 33조 원)으로 삼성전자(28조 원)보다 많다. 매출이 줄어도 R&D 비용은 오히려 늘렸고 직원의 절반 이상을 R&D 인력으로 두고 있다. 이렇게 키워낸 전문가들은 다시 중국 명문대 교수진으로 돌아가 인재 양성의 마중물이 되고 있다. ‘화웨이 천재소년’으로 알려진 쉬커는 난징대 지능과학기술학원(단과대)에 테뉴어(종신재직권 보장) 트랙 부교수로 임용됐다. 화웨이의 사내 과학자였던 쭝량자와 수석 엔지니어 왕청은 각각 화중과기대와 상하이교통대 교수진으로 합류했다. 화웨이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받고 있다. 정부 보조금이 2023년에 10억 달러 이상으로 2019년 대비 4배가 넘었다. 정부 지원과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화웨이는 팹리스(반도체 설계)에도 힘을 쏟았다. 반도체 장비, 소재, 패키징(후공정) 등에도 집중 투자해 화웨이만의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성과는 속속 나오고 있다. 화웨이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지난해 1분기 4위부터 매 분기 한 단계씩 순위를 높여 4분기에 결국 1위를 차지했다. 지금 추세라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올해 안에 순위권 재등극이 확실시된다. 화웨이는 스마트폰 시장의 점유율만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자체 OS인 훙멍(하모니)으로 시장을 키워나가 로열티 수입까지 확보하겠다는 의도도 내비쳤다. 미국의 전방위 압박을 뚫고 우뚝 선 화웨이가 감췄던 발톱을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화웨이 관계자가 1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무역전시센터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인 ‘트리폴드(두 번 접는 폴더블폰)’ 스마트폰 ‘메이트XT’를 조작하고 있다. 김광수 특파원


화웨이가 1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도심에 세계 최초로 선보인 ‘트리폴드(두 번 접는 폴더블폰)’ 스마트폰의 글로벌 첫 출시를 안내하고 있다.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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