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대미 수출 1위 품목인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반도체와 의약품에 대한 관세도 25% 혹은 그 이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취임 직후 콜롬비아와 멕시코·캐나다 등 인접국을 향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칼날이 취임 한 달을 앞두고 한국을 정조준하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 시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사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자동차 관세를 어느 정도로 부과할 것이냐는 질문에 “나는 아마 여러분에게 4월 2일에 이야기할 텐데 25% 정도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에 대한 질의에는 “25% 그리고 그 이상이 될 것이다. 관세는 1년에 걸쳐 훨씬 더 인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이 같은 관세 위협에 가장 많이 노출될 국가로 한국을 꼽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전 세계를 통틀어 트럼프의 관세 발표에 가장 많이 노출된 국가는 멕시코와 한국”이라고 지적했다. 나틱시스SA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알리시아 가르시아 에레로는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아시아 국가가 이번 무역 전쟁에서 승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은 틀렸다”고 논평했다.
미국이 한국의 자동차·반도체·의약품 수출의 최대 시장이라는 점에서 이번 관세 부과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국내 전체 수출에서 자동차 비중은 10.4%로 반도체(20.8%) 다음으로 높다. 자동차는 철강·배터리 등 다른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씨티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이 자동차·부품·의약품·반도체 등에 25%의 관세를 물린다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0.203% 줄고, 평균 10.79%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면 0.206%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우리는 그들(기업들)에게 들어올 시간을 주고 싶다”며 “그들이 미국으로 와서 이곳에 공장을 두면 관세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에게 약간의 기회를 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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