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0일 형사재판과 탄핵재판에 연달아 출석했지만 침묵을 지키거나 중도 퇴정하는 이례적 행보를 보였다. 정치권에선 “사법부를 향한 무언의 시위”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10차 변론기일에 출석했으나 한덕수 국무총리가 출석하기 전에 퇴정했다.
이날 오후 2시 56분께 헌재 재판정에 입정해 피소추인석에 착석한 윤 대통령은 옆자리에 앉은 변호인단과 귓속말을 나누다가 3시 4분께 자리를 떴다. 윤 대통령이 불과 8분 만에 자리를 뜨면서 한 총리와의 대면은 성사되지 않았다. 다만 윤 대통령은 퇴정했다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증인신문 때 되돌아왔다.
윤 대통령의 이례적 태도는 이번 한 번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내란 우두머리 혐의 첫 형사 재판에 출석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이날 10시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 대통령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과 구속취소 심문을 약 70분간 진행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 시간 내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또한 윤 대통령은 9차 변론이 열렸던 18일에는 헌재에 출석했으나 ‘변론 불참’ 뜻을 통보하고 구치소로 돌아가는 일도 있었다. 앞서 탄핵심판에 출석해 발언권을 직접 얻어가며 변호에 나섰던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이 사법부에 항의 표시를 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윤 대통령 측은 그간 증인 신문 시간 제한, 검찰 신문조서 증거 채택, 빽빽한 변론 일정 등 재판 절차에 대해 문제 제기를 이어오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전날 변호인단이 ‘결과에 승복’을 언급했지만 윤 대통령 입장에선 재판 일정 등에 대해 불만 의사를 표시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윤 대통령 측은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10차 변론에서 윤 대통령의 이석과 관련해 “일국의 대통령과 총리가 같은 심판정에 앉아 계시고 총리께서 증언하는 것을 대통령이 지켜보는 것이 좋지 않고, 국가 위상에도 좋지 않다고 해서 양해를 구하지 않고 퇴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8일 구치소 복귀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을 정리해서 양측 대리인단이 의견을 설명하는 날”이라며 “대리인단에 일임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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