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투자 방식만으로는 변동성이 커진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이제는 글로벌 자산 다변화를 통한 인플레이션 헤지가 필수입니다. 부동산, 원자재, 디지털 자산(코인) 등 대표적인 대체투자부터 자동차·위스키 투자와 같은 신흥 시장의 틈새 기회까지, 세계 각국에서 주목받는 새롭고 이색적인 재테크 전략을 소개합니다.
최근 시장에서는 금 1kg와 비트코인 1개의 가격이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둘 다 인플레이션을 헤지할 수 있는 대체 자산의 기능이 있는데요. 실제로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이 금을 대체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은 매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금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은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최고의 자금 도피처로 주목받고 있어요. 연일 금 가격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1994년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실물 금 인도도 예정돼 있지요. 트럼프 행정부의 보편적 관세가 부과되면 금 가격이 폭등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 데 따른 현상인데요. 미국의 금 선물이 치솟으면서 영국의 금 현물 가격과 격차가 크게 벌어져 무려 대서양을 횡단하는 차익 거래가 발생하고 있어요. 실물교환(EFP) 차익거래로 실물 금이 미국으로 옮겨지면서 금 가격을 계속 밀어올리고 있지요.
여기에 지난해 이후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매수세가 거셌던 영향도 큽니다. 특히 지난해 4분기부터 중앙은행들의 매수세가 가팔랐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블룸버그통신은 세계 금 협회(WGC)를 인용해 지난해 말 트럼프 당선 이후부터 중앙은행 수요가 전년 동기 대비 54% 급증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보도했습니다. WGC 선임 시장 분석가 루이스 스트리트는 올해도 중앙은행이 주도권을 유지하고 금 ETF가 상승세를 견인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사모펀드를 비롯한 글로벌 기관들의 매수세도 빨라지고 있어요. 이달 있었던 미국 13F공시를 살펴보면 금광 개발 기업이나 금ETF 비중을 늘린 펀드들이 크게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3F 공시란 총 운용 자산이 1억 달러 이상인 기관 투자자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의무적으로 제출하는 분기별 보고서인데요. 투자 기간을 길게 가져가는 ‘롱(Long)’ 포지션만 공시하는 만큼 기관들의 실제 투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입니다.
글로벌 사모펀드 블랙스톤은 지난해 금광 개발 기업인 스키나 리소시스(SKE) 주식 772만 339주를 매입해 지분 8.55%를 신규 취득했다고 공시했습니다. JP모건체이스 역시 52만 1630주를 새로 사들여 0.58% 지분을 확보했네요. 광산 기업인 아메리칸 골드 앤 실버(USAS)는 '금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에릭 스프로트가 지난해 말 1억 2025만 9849주를 매입해 48.54%의 지분을 보유하며 최대 주주로 올라섰어요. 캐나다 헤지펀드인 뉴젠자산운용도 2.33%(577만 1212주)를 사들였고, JP모건체이스도 0.10% 보유한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 같은 기관들의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천장을 뚫은 금값은 당분간 고공행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요. 미국발 관세 전쟁과 지정학적 위기 심화 등으로 글로벌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헤지 수단으로 금을 찾는 수요가 커진 것이지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에 대해 "최근의 골드러시는 세계 무역을 재편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국제 시장에 어떤 파장을 일으키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어요.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관세장벽을 비롯해 경제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투기 수요가 커지면서 금값이 온스당 최고 3300달러에 달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는데요. 이렇게 되면 올해 금값 상승률은 무려 26%에 달하게 됩니다. 지난해 말 온스당 2624.5달러 수준이던 현물 금은 20일 2954달러를 돌파하고 현재 2928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어요.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이나 금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통해 손쉽게 금에 투자할 수 있는데요. 다만 주의할 점은 단기간에 투자가 급증하면서 괴리가 크게 벌어진 상태입니다.(21일 기준 8.53%) 국내 금값은 국제 금 시세 뿐 아니라 환율, 국내 수급 요인 등에 영향을 받는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소위 '김치 프리미엄'이 붙은 것이죠. 현재 한국거래소는 괴리율이 6% 이상 벌어질 경우 투자에 유의하라는 공시를 하고 있는데요. 이달 4일 이후 14영업일 연속으로 공시가 나오고 있어요. 이같이 과도한 프리미엄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국내 금 현물 ETF보다 미국 금 선물 등 국제 금값 추종 ETF에 투자하는 것이 수익률 측면에서 더 좋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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