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재판부 변경 때 이전 공판 녹음 파일을 모두 재생하지 않고 녹취서 열람 등으로 대체가 가능하도록 형사소송규칙을 개정했다. 녹음 파일을 일일이 재생해 듣느라 형사 재판 갱신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일을 막고자 하는 취지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20일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전원이 참석한 대법관 회의를 열고 형사소송규칙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법원조직법에 따라 대법원 규칙의 제·개정은 대법관 회의 의결 사항이다.
개정된 형사소송규칙에 따르면 ‘공판 절차의 갱신 절차’에 녹음 파일을 모두 듣지 않고 녹취서를 열람하거나 양쪽 당사자에게 고지하는 등 간이한 방식으로 조사할 수 있다. 녹취서 기재와 녹음물의 내용이 불일치하다고 당사자가 이의 제기하거나 법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녹음물의 일부를 들을 수 있다. 이는 재판부 변경으로 인해 형사 재판의 갱신에 지나치게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지적이 법조계 안팎에서 끊이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형사 재판 갱신 때 검사와 피고인 쪽이 동의하면 요지를 설명하는 간단한 방식으로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 쪽이라도 옹의하지 않으면 이전에 열린 공판의 녹음을 전부 들어야 했다.
개정된 형사소송규칙에는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은 증명하려는 사실과 관련되고, 그 사실의 증명에 필요한 증거 만을 선별해 신청해야 한다’, ‘법원은 이를 위반하거나 재판에 부당한 지연을 초래하는 증거 신청을 기각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대법원은 “공판중심주의를 더욱 적정하고 충실하게 구현하기 위해 선별적인 증거신청 및 채택 여부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고, 녹음·녹화물에 관한 증거조사 및 공판 갱신 절차 등에 관한 규정을 개선·보완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새 규칙을 관보를 통해 공포하는 즉시 시행한다. 또 시행 시점을 기준으로 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에 전부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 형사소송규칙 개정이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형사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의 대장동·백현동·위레신도시 개발 비리 및 성남FC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합의33부 재판장이 이달 정기 인사 교체로 교체되기에 앞서 형사소송규칙이 개정되기 때문이다. 앞서 해당 재판부 교체를 두고도 녹음 파일 재생 드 갱신 절차에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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