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선수들이 유난히 강한 대회가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최고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은 대표적이다. 1998년 박세리의 ‘맨발의 샷’으로도 유명한 이 대회에서 우승한 한국 선수는 11명이나 된다. 특히 2008년부터 2020년까지 13년 동안 한국 선수가 9번이나 정상에 올랐다. 그 기간 한국 선수 우승 확률은 69%나 됐다.
하지만 US여자오픈 보다 한국선수들에게 더 자주 우승을 안긴 ‘약속의 대회’가 있다. 바로 27일부터 나흘간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 탄종 코스에서 열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이다.
2015년부터 2023년까지 9년 동안 7번 한국 선수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대회는 열리지도 않았다. 8번 대회 중 딱 한 번을 뺀 7차례 대한민국 선수가 정상에 오른 것이다. 그 기간 대한민국 선수들의 우승 확률은 무려 87.5%에 달했다. 작년에는 해나 그린(호주)에게 아쉽게 우승컵을 내줬다.
2008년 시작된 이 대회 첫 한국 선수 우승자는 2009년 신지애였다. 이후 5년간 한국 선수의 우승이 없다가 2015년 박인비가 우승 물꼬를 튼 후 우승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2016년 장하나, 2017년 다시 박인비까지 3년 연속 대한민국 선수들이 우승 합창을 했다.
2018년 미국 동포 미셸 위가 우승을 차지하면서 잠시 우승 행진이 멈췄지만 이후 2019년 박성현, 2021년 김효주, 2022년 고진영, 그리고 2023년 다시 고진영까지 4연속 한국 선수의 우승이 이어졌다.
국내 골프 팬들에게 이번 대회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선수는 역시 고진영이다. 이 대회에 유독 강했을 뿐 아니라 최근 상승세도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시즌 개막전 공동 4위, 파운더스 컵 단독 2위로 상승세를 타다가 지난주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는 공동 45위로 아쉬운 성적을 낸 만큼 ‘약속의 무대’에서 반전을 이뤄낼지 흥미롭다.
이번 대회에는 세계랭킹 8위 고진영 뿐 아니라 세계랭킹 7위 유해란을 비롯해 김아림, 양희영, 최혜진, 임진희, 안나린, 신지은, 이미향, 김효주까지 한국 선수 10명이 출전한다. 특히 김아림은 개막전 우승, 혼다 LPGA 타일랜드 단독 6위에 이어 ‘시즌 2승’과 ‘3연속 톱10’에 도전한다.
세계랭킹 톱10 중 1위 넬리 코르다(미국)를 빼고 9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2위 지노 티띠꾼을 비롯해 3위 리디아 고, 4위 인뤄닝, 5위 릴리아 부, 6위 해나 그린, 9위 셀린 부티에, 10위 후루에 아야카가 대한민국 선수들의 ‘약속의 땅’에서 우승 경쟁을 벌일 톱랭커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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