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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다음 스텝은 환율전쟁…초장기 美국채 매입 요구할 듯

[미런 CEA위원장 지명자 보고서]

美제조업 부흥 위해선 약달러 필수

다자통화협정 '마러라고 합의' 구상

관세 '채찍' 안보지원 '당근' 무기로

韓 등 우방에도 협정 압박 가능성

"무역·금융시장 재편" 우려 목소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간) 미국 백악관 집무실에서 상호 관세를 발표한 뒤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관세정책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가지고 있을까.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일주일 후 발간된 경제 보고서를 지목했다.

스티븐 미런 전 재무부 경제정책고문이 쓴 ‘글로벌 무역 시스템 재구조화를 위한 가이드’라는 이름의 보고서다. 미런은 41쪽 분량의 이 보고서에서 “동맹국들은 신뢰할 수 있는 무역 파트너인가”라는 기존 통념을 뒤집는 문제 제기를 하며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는다. 우선 “안보를 위해 반도체와 의약품에 관세를 부과하라”고 요구하며 “금융시장 혼란을 피하려면 작게 시작하고 조금씩 단계를 밟으라”는 세부 전략 지침도 제시했다. 현재까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행보와 일치한다. 블룸버그통신은 “미런의 아이디어는 친구와 적대자를 모두 희생시켜서라도 미국의 이익을 위해 무역과 국제금융, 국가 안보 정책을 통합하자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미런 전 고문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으로 지명돼 의회 인준을 앞두고 있다.



보고서는 관세 다음 경제정책의 수순이 환율 전쟁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보고서의 두 축도 ‘관세’와 ‘통화’다. 미국 경제의 고질병인 무역 불공정과 제조업 위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역은 물론 환율 정책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미런이 지향하는 통화정책 방향은 달러 약세다. 미런은 “경제 질서에 대한 깊은 불만의 뿌리는 달러의 지속적인 고평가”라며 “달러의 고평가로 미국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고 미국 제조업이 손해를 보고 있으며 공장이 문을 닫아 근로자들이 지원금이나 약물에 의존하고 지역사회는 황폐화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우선은 관세정책을 약달러 정책보다 먼저 시행해야 할 것”이라며 “미국이 협상에서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 환율 협정에서 (미국의) 조건이 훨씬 더 유리해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관세를 약달러 협상의 무기로 쓸 수 있고 현재로서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주장이다.

미런은 자신의 환율 협정 제안을 트럼프 대통령 자택이 있는 곳의 지명을 따 ‘마러라고 합의’라고도 명명했다. 1985년 주요 5개국(G5) 재무장관들이 뉴욕 플라자호텔에 모여 미 달러화를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 대비 절하하기로 합의한 ‘플라자 합의’에서 착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의 핵심은 무역 상대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초장기 국채(ultra-long-term bonds)로 바꾸도록 압박하는 방식이다. 미런은 “특수한 100년 만기 채권을 보유하도록 한다면 미국 재무부의 차입 부담을 장기적으로 분산시킬 수 있다”며 “글로벌 안보를 위한 미국의 차입 부담, 납세자의 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해외 정부가 미국 초장기 국채를 매입하도록 요구해 장기금리를 낮추고 이를 통해 약달러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구상이다. 그는 “21세기 버전의 다자 통화 협정인 ‘마라라고 합의’가 이런 방식으로 구체화되는 것”이라며 “달러 가치 하락은 미국에서 제조업 일자리를 창출하고 세계 다른 지역의 경제 수요를 미국으로 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 등 우방국들이 통화 절상 압박에 노출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미런은 “상대국이 이런 거래에 동의하도록 하는 방법에는 관세라는 ‘채찍’과 방위 우산을 잃지 않게 해주겠다는 ‘당근’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와 캐나다, 한국, 중국으로부터 더 나은 무역 조건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수많은 의심을 받았지만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동맹국에 대한 방위 협정이 사실상 기한이 없다는 점을 지목하며 “100년 만기 채권이 아닌 영구 채권을 판매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고도 말했다.

미런의 이러한 구상을 놓고 워싱턴 정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폴리티코는 “현재 경제 상황에서 그 정도 규모의 협정은 무역과 금융 시장의 대규모 재편을 의미한다”며 “국내외에서 엄청난 역풍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마러라고 합의’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시각도 만만찮다. 유리즌SLJ의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븐 젠은 “지금은 마러라고 합의를 위한 조건이 성숙되지 않았다는 데 동의하지만 상황은 2~3분기 후에도 바뀔 수 있다”며 “징벌적 관세의 위협을 받게 된다면 중국도 달러 가치 절하를 꺼리는 마음이 예전보다 강하지 않을 것이고 앞으로 몇 분기 안에 합의가 나올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짚었다.

관세 전략만으로는 미국 제조업 부흥에 역부족이기에 마러라고 합의가 필연적으로 뒤따를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모리스 옵스펠드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교수는 “관세정책이 무역적자나 제조업 고용을 크게 개선시키지 못한다는 점을 확인하면 트럼프 행정부는 달러 가치 절하라는 다른 수단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며 “이 시기는 관세정책 시행 1년에서 1년 반 정도 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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