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에게 밀려났다 복귀한 ‘보수의 적자’. 독일의 차기 총리로 당선된 프리드리히 메르츠(69) 기독민주당(CDU) 대표를 지칭하는 표현이다. 키 198㎝의 장신인 메르츠는 시장자유주의자로 알려져 있으며 이민 문제 등에서도 강경한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메르츠는 1955년 독일 북서부의 시골 산악 지역인 자워란트에서 태어났다. 학창 시절 그다지 뛰어난 학생은 아니었고 일찍부터 흡연과 음주를 일삼아 징계를 자주 받았다고 그는 회고한다. 이런 반항적인 성향에도 보수적 지역 문화에 영향을 받아 고등학교 재학 중인 17세에 중도 우파 기민당에 당원으로 가입했다.
법학을 전공한 그는 1989년 30대 초반에 유럽의회 보수당 의원으로 정치에 발을 들였다. 5년 후인 1994년 독일 연방의회 의원에 당선된 그는 유럽연합(EU)으로의 통합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기민당의 당수 볼프강 쇼이블레와 긴밀한 관계를 가졌다. 연방의회에 입성한 뒤 2000년 기민당·기독사회당(CSU) 원내대표를 맡았지만 2002년 메르켈 전 총리에게 밀려나 정계를 떠나게 됐다. 메르츠는 2009년 이후 변호사와 로비스트로 근무했고 자산운용사 블랙록 독일법인에서 이사회 의장을 맡는 등 민간 부문에서 재산을 축적해왔다. 정치의 꿈을 버리지 못했던 그는 2018년과 2021년에도 기민당 대표에 출마했지만 메르켈 당시 총리가 지원한 아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워, 아르민 라셰트에게 번번이 밀렸다. 결국 메르츠는 메르켈 총리가 정계를 떠난 2021년 12월 삼수 끝에 당 대표로 당선됐으며 지난해 총리 후보가 되면서 자신의 야망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됐다.
메르켈 전 총리가 추구하는 중도주의를 비판해온 그는 기민당을 보다 오른쪽으로 이동시켜 전통적인 보수당으로 전환시킨 인물로 평가된다. 중도 진보 사회민주당(SPD)과 연정을 구성하더라도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추구하던 메르켈 전 총리와 달리 보수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올라프 숄츠 현 총리보다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잘 맞는 인물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이날 선거 결과가 나오자마자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독일과 미국에 굉장한 날”이라면서 “미국처럼 독일 국민들도 에너지나 이민과 같은 비상식적인 어젠다에 싫증이 났다”고 썼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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