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인간의 형태를 한 비인간에 대한 탐구…인간이란 무엇인가

현대미술 거장 위그 亞 첫 개인전

피노 컬렉션과 협업 등 12점 선봬

리움미술관서 7월 6일까지 열려

피에르 위그, 리미널(Liminal). 사진 제공=리움미술관




뇌도 얼굴도 없이, 깊고 텅 빈 어둠을 전면부에 품고 있는 존재가 평평하고 무한한 표면을 이리저리 걷는다. 인간의 껍데기를 하고 있지만 인간과는 다른 이 존재는 흐르는 시간과 함께 주변을 학습하고 움직이며 스스로 성장해 마침내 목소리까지 낸다. 칠흑 같은 어둠만이 가득한 공간에서 파르스름한 빛으로 떠오르는 이 비인간의 존재는 얼핏 으스스하고 때로는 기이한 느낌을 안긴다. 그리고 묻는다. 무엇이 인간인가. 주체성을 가지고 행동하는 이 존재는 어째서 인간이 아닌가.

프랑스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피에르 위그의 서울 첫 전시이자 아시아 최초 개인전인 ‘리미널(Liminal)’이 27일부터 서울 리움미술관에서 열린다. 전시는 구찌와 보테가 베네타 등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가 속한 그룹 케링의 창립자이자 세계적인 미술 컬렉터 프랑수아 피노의 ‘피노 컬렉션’과 협업한 결과물이다. 위그의 새 작품 ‘리미널’ ‘카마타’ ‘이디엄’ 등이 리움과 피노의 제작 지원을 통해 탄생했다. 작품들은 지난해 베니스비엔날레 기간 피노 컬렉션이 운영하는 베니스의 미술관 ‘푼타 델라 도가나’를 통해 먼저 공개됐고 이번에 리움을 통해 아시아 지역에서 처음 관람객들을 만나게 됐다.

피에르 위그, 이디엄(2024). 사진 제공=리움미술관


‘리미널’을 통해 공개되는 위그의 작품은 총 12점이다. 전시의 이름인 ‘리미널’은 라틴어로 ‘경계’를 뜻한다. 작가에게는 “생각지도 못한 무언가가 출현할 수 있는 과도기적 상태”를 의미한다. 실제로 위그의 작품들은 현실과 허구,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관계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하는 경향이 짙다. 작가의 대표작인 ‘휴먼 마스크(2014)’의 경우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인간이 모두 떠난 도시와 그곳의 한 식당을 배경으로 어린 소녀의 가면을 쓴 원숭이가 인간을 흉내 낸 동작을 끊임 없이 반복하는 19분가량의 영상이다. 부착된 센서를 통해 외부 정보를 수집, 알 수 없는 언어를 실시간으로 생성해 중얼거리는 황금빛 마스크(이디엄)의 존재는 또 어떨까. 작가는 관람객들에게 이처럼 새롭고도 낯선 시각적·감각적 현실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인식의 확장과 또 다른 현실을 상상하도록 이끈다.

피에르 위그, 휴먼 마스크(2014). 사진 제공=리움미술관




위그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은 완성이 아니라 끝없이 변화한다는 점이다. 작가는 “이야기의 형태가 선형성을 벗어날 때 흥미를 느낀다”고 말해왔다. 실제 ‘리미널’과 ‘이디엄’ ‘카마타’ 등은 소음과 습도 등 주변 정보를 수집하고 해석해 매번 결과물을 다르게 출력하는 등 실시간으로 변화한다. 전시 속 존재들이 관객의 개입에 따라 상호 반응하면서 복합적인 환경을 형성하는 셈이다. 전시를 기획한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은 “작가는 최근 기존 인간 개념 및 현실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현실, 인간 이후와 인간 바깥의 세계를 탐구하고 있다”며 “이번 전시는 작가의 이러한 상상이 감각적으로 전환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피에르 위그는 한국 관람객들을 향해 "내 작업은 인간존재론에 대한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질문이자 그 원형에 대한 탐구"라며 "이것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전시에 대해 한국 관객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리고 이어 베니스와 리움의 전시를 비교해 "푼타 델라 도가나는 미로 같은 긴 공간이고 계단이 많아 작품 간에 단절이 있었지만 리움은 공간이 모두 탁 트이고 두 개 층이 에스컬레이터로 이어지는 등 공간 자체가 순환적이다"며 "리움의 전시는 베니스의 건축적 한계로 불가능했던 순환성이나 유기적 관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고 나 역시 좋았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7월 6일까지.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