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찬반 집회가 서울대, 고려대, 숭실대 등을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간 가운데 26일 이화여대에서도 양측 간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며 일대가 아수라장이 됐다.
이날 오전 9시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에선 평소와 다르게 신분 검사가 한창이었다. 물리적 충돌을 우려해 취재진과 학생 외 외부인 출입은 일체 금지됐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탄핵 찬성 측의 대통령 탄핵 촉구 발언이 시작됐다. 대강당 앞 계단에 모인 이대 학생들이 현수막을 펼치고 대통령 규탄 목소리를 높였다.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반대 측 학생들도 속속 모여들어 확성기를 들고 발언하며 맞섰다. 계단은 금세 “부끄러운 줄 알라” “당장 학교에서 물러나라" 등 서로를 겨누는 날 선 말들이 오가며 긴장감이 감돌았다.
양측은 당초 대강당 앞 계단 중앙에서 시위를 시작했지만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앞다퉈 아래쪽으로 내려왔다. 10시가 지나자 어느새 시위대 일부는 현수막을 들고 계단을 아예 벗어나 앞쪽까지 세력을 넓혔고 이 과정에서 곳곳에서 언쟁이 벌어졌다. 상황을 지켜보던 한 교내 경찰(캠퍼스 폴리스)는 “탄핵 찬반 시위대 양측이 서로 먼저 진을 치려다 보니까 각자 공지한 집회 시간이 무의미해졌다”고 말했다.
장외에서도 “탄핵 반대”를 외치는 외부인 집회가 열렸다. 참여자들은 “탄핵 기각" “대통령 직무 복귀" “주사파, 반국가세력 척결” 등을 연이어 외쳤다. 학내 탄핵 반대 시위대가 시국선언을 위해 정문 쪽으로 다가오자 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응원의 목소리를 보냈다. 반면 집회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이나 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측을 향해서는 거친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탄핵 찬성 시위대는 뒤쪽에서 “쿠데타 옹호 세력 이화에서 나가라"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확성기 소리에 묻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후배들의 탄핵 찬성 집회에 힘을 실어주러 왔다는 ‘이화민주동우회’ 관계자들은 “해방 이화가 분열된 모습 때문에 맘이 안 좋다”며 “외부인 반민주 세력이 개입해 분탕을 치는 것 역시 문제”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오후에는 이화여대 학생이 아닌 외부인들 간의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탄핵 찬성 시위대가 집회를 위해 다시 대강당 쪽으로 이동하자 반대 측 일부가 길을 막아서거나 현수막을 빼앗아 찢는 장면이 목격됐다. 길 한쪽에서는 일부 시위자들이 몸을 밀치며 충돌했고 몇몇은 바닥에 넘어져 있기도 했다. 이에 경찰이 즉각 동원돼 양측을 갈라놓으며 상황을 정리했다.
이번 집회는 서울 대학 캠퍼스에서 열린 다섯 번째 탄핵 반대 집회였다. 이날 인하대와 단국대에서도 탄핵을 반대하는 시국선언이 예고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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