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형임 기자, 너도 중국 간첩이니? 이름이 영 한국인 같지 않네.”
지난주 본지가 보도한 ‘도 넘은 혐중 음모론’ 기사에서 최다 추천을 받았던 댓글 중 하나다. 일부 유명인·헌법재판관을 화교 출신이라고 몰아가는 등 반중 정서가 고조되는 상황을 지적한 기사에 대한 가장 인기 있는 평가가 ‘기자 중국인설’이었다. 중국 여행 한번 가본 적 없는 입장에서 실소가 나왔지만 그만큼 뿌리 깊은 혐오의 논리를 보며 웃음의 끝 맛은 씁쓸했다.
반중 정서는 탄핵 국면이 진행될수록 존재감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시위 현장에 갈 때마다 들려오는 대화부터 피켓 문구까지 곳곳에서 중국을 향한 반감이 피부로 느껴진다. 세계 정치사를 돌아보면 그리 놀랍지도 않다. 위기 상황에서 내부 결속을 강화하기 위해 외부 집단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방식은 늘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혐중 시류’에 올라탄 선동이 극우 유튜버를 넘어 정치권에서조차 등장한다는 점이 우려를 더한다. 일부 국회의원은 연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중국 간첩 때문에 부정선거가 벌어졌다’ ‘탄핵이 곧 중국이 원하는 바’라는 내용의 주장을 하고 있다. 특히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헌재·선거관리위원회 등이 ‘자체로 규칙을 바꾸면’ 외국인 공무원 임용이 가능하다며 채용 절차를 강화하는 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정 국가·지역·인종을 악마화해 폭력을 가하는 순간 ‘다양성 존중’을 철칙으로 하는 민주주의는 흔들린다. 국내 거주 외국인 주민 수가 역대 최다인 246만 명(2023년 기준)을 돌파하며 다문화 사회 진입을 앞둔 현시점에서는 더욱 치명적이다. 팩트체크가 빠진 막무가내식 외국인 차별은 외교적인 차원에서도 제 살 깎아먹는 행위다. 이미 맞불처럼 중국 내 ‘혐한’ 정서도 감지되고 있다. 최근 환구시보 등 중국 매체는 ‘중국이 한국 선거에 개입했다는 음모론이 퍼지고 있다’고 보도하기 시작했다.
앞선 서부지법 난동 사태, 주한 중국대사관 난입 사건 등은 증오를 부추기는 언어가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에 대한 뼈저린 교훈을 줬다. 외국인에 대한 분노가 더 극단으로 치닫기 전에 혐오 발언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지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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