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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받던 콜레라 백신, 이젠 우리가 공급…이익 넘어 '가치기업'으로"

[CEO&STORY]

■백영옥 유바이오로직스 대표

'예방을 할 줄 알아야 최고의 의사' 결심

콜레라 백신 기술이전 계약체결 결실로

우여곡절 끝 WHO 승인…유니세프 납품

세계 유일 생산·공급하는 업체로 거듭나

장티푸스 등 추가 백신 개발에도 속도

국가·인류 도움되는 위대한 기업 될것

백영옥 유바이오로직스 대표가 26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한 후 사진촬영 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우리나라에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콜레라 백신을 생산하는 기업이 있다. 바로 유바이오로직스(206650)다.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의 자회사인 샨타바이오테크닉스는 수익성 문제로 2022년 콜레라 백신 생산을 중단했다. 아프리카 북동부 지역에서 콜레라가 급격하게 확산되던 시기였다. 유바이오로직스만이 백신 공급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유니세프는 백신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백신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유니세프로부터 지난해 1240억 원, 올해 1490억 원 규모의 백신을 수주하며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은 960억 원이었으며 올해는 1500억 원을 바라보고 있다. 콜레라 백신의 뒤를 이어 장티푸스와 수막구균 백신도 개발 중이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대상포진 등 프리미엄 백신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콜레라 백신을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로 백신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백영옥 유바이오로직스 대표는 2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어릴 때 맞았던 백신은 유엔의 해외 원조로 받은 것이었는데, 이제는 우리가 직접 콜레라 백신을 만들어 저개발 국가에 공급하고 있다”며 “공공 백신을 만들어 공급하는 일은 이익을 내면서도 모두에게 좋은 일, 착한 일, 기쁜 일로 우리 회사의 경영철학과도 맞닿아 있다”고 강조했다.

2010년 설립된 유바이오로직스는 국제백신연구소(IVI)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콜레라 백신을 생산해왔다. 국제백신연구소는 콜레라 백신을 저개발 국가에 공급하기 위해 샨타에 스웨덴 기업의 기술을 이전했다. 하지만 연간 300만 도스(1회분)를 생산하는 샨타 한 곳으로는 저개발 국가의 콜레라 백신 수요를 감당할 수 없었다. 김덕상 싸토리우스코리아 대표와 강호경 바이오써포트 대표 등 3인의 창업자가 제2의 생산 시설 구축을 추진할 기회를 잡았다. 백 대표는 창업자들의 삼고초려 끝에 회사에 합류했다. 그는 서울대 수의학과를 졸업한 후 CJ제일제당 제약사업본부에서 18년간 기술·생산·품질보증 팀장을 두루 거쳤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는 4년 동안 바이오공정실을 맡아 시설이 부족한 초기 바이오 업체를 지원하며 상용화 분야 최고의 전문가로 평가받았다. 백 대표는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전설적 명의인 편작은 ‘예방을 할 줄 아는 의사가 최고의 의사’라고 했다”며 “단순히 치료를 하는 수의사가 아니라 예방을 해줄 수 있는 수의사가 돼야 되겠다고 결심했다”고 백신을 공부하게 된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

국제백신연구소는 백신 생산에 도전한 유바이오로직스에 대해 초기에만 해도 ‘해볼 테면 해봐라’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한국의 신생 바이오벤처에 대한 신뢰가 그다지 크지 않았던 것이다. 당시 사무총장 역시 기술이전 계약 체결에 소극적이었다. 이 과정에서 백 대표의 제약·바이오 업계 경력과 세계보건기구(WHO) 사전적격성심사(PQ) 경험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백 대표는 “당시 국제백신연구소가 내걸었던 조건은 의약품제조및품질관리(GMP) 기준을 갖춘 시설을 구축해 최소 연간 600만 도스를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도스당 1.5달러로 공급하면 100억 원의 매출을 보장받을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제조 기술을 적용해 계약을 성사시켰다”고 전했다.

어렵게 계약은 성사됐지만 백신 개발과 운영을 위한 자금 확보는 여전히 어려웠다. 창업자들은 여러 차례 유상증자를 진행하며 간신히 자본금을 늘렸다. 신생 기업에 사업성만을 보고 선뜻 투자에 나설 기관이나 파트너는 없었다. 백 대표는 국내 유수의 바이오 기업, 상장 벤처사, 투자 기관의 문을 수없이 두드렸다. 어떤 회사는 6개월간의 검토 끝에 투자를 보류했고, 또 다른 회사는 주금 납입 당일 투자 결정을 철회했다. 그날은 직원들의 월급날이었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모두의 시선이 쏠렸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 순간 ‘내 몸이 튼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15층 헬스장 회원권을 끊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었습니다.”

2012년 그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회사 통장에 남은 금액은 400만 원 남짓. 백 대표는 회계 담당 직원에게 전 직원 20명에게 20만 원씩을 입금하라고 한 후 단체 메시지를 보냈다. “크리스마스에 가족들과 따뜻한 우동이라도 사드세요. 밀린 급여는 곧 마련해 지급하겠습니다.” 박영신 국제업무 담당 전무(당시 생산2본부장)는 2020년 발간한 창립 10주년 사사(社史)에서 이를 ‘최고의 20만 원짜리 우동’이라고 회상했다. 2013년 서울시 바이오펀드, 녹십자, 한국투자파트너스 등의 조합이 첫 투자를 해왔다. 유바이오로직스는 2018년과 2019년 흑자를 기록하자마자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했다. 지난해에는 343억 원의 흑자를 내 직원들에게 200%의 성과급을 돌려줬다. 현재 유바이오로직스의 임직원 수는 390명까지 늘어났다.



우여곡절 끝에 임상 3상을 끝내고 2014년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수출용 허가를 받았지만 WHO의 PQ라는 큰 산이 남아 있었다. PQ는 저개발 국가 및 국제기구를 통한 백신 공급에 필수적이다. 유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1월 WHO PQ를 신청해 같은 해 12월 23일 승인을 얻어냈다. 백 대표는 “12월 초 PQ 승인 전 회의를 위해 제네바에 갔을 때 리뷰 담당자는 크리스마스 휴가 일정으로 인해 허가가 (다음 해) 2월로 미뤄질 것이라고 했다”며 “투자자들과의 약속과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강력히 요청한 끝에 결국 담당자가 승인을 내고 휴가를 갔다”고 말했다.

유바이오로직스는 기업 인지도 제고와 우량 기업으로서 사업 확장 등을 위해 2015년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준비했다. 국내 제약사의 잇단 기술 반환, 대형 바이오사의 상장 등으로 공모 시장이 침체된 때였다. 재수를 결정했지만 이듬해도 시장 여건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한국거래소에서는 ‘상장 이후 회사가 매출과 이익을 내며 영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2016년 10월 3차 전문가 회의를 몇 시간 앞둔 시점에 유니세프로부터 콜레라 백신 ‘유비콜’ 100만 도스를 아이티에 공급해달라는 납품요청서가 도착했다. 2017년 1월 유바이오로직스는 코스닥에 상장했다. 당시 백 대표가 항상 가지고 다녔던 빨간 머플러는 그 과정을 함께한 의미 있는 상징이 됐다. 그는 “초기에 투자를 받으러 70~80군데를 다녔고, 상장을 위해서 2년 동안 각각 40군데를 다녔다”면서 “머플러를 칭찬하며 회사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 관계자들에게 ‘피아노 커버를 가져왔다’고 농담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유바이오로직스는 빠르게 성장했다. 2017년 저렴하고 수송이 용이한 플라스틱 튜브 제형 ‘유비콜-플러스’를 개발해 유니세프에 2500만 도스를 공급했다. 후속 제품인 ‘유비콜-에스’는 유비콜-플러스의 항원 제조 방법과 조성을 개선해 생산량을 약 40% 증대시켰다. 2019년에는 빌게이츠재단으로부터 콜레라 백신 생산 증설을 위한 지원이 결정됐고, 지난 3년간 게이츠재단으로부터 총 1000만 달러를 지원받아 춘천 제2공장 내 원액 및 완제 시설을 증설했다. 그 결과 현재 콜레라 백신의 연간 최대 생산량은 8000만~9000만 도스로 확대됐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추가적인 백신 개발에도 한창이다. 장티푸스 백신은 임상 3상을 마치고 2026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수막구균 백신은 임상 3상이 연내 종료될 예정이다. 프리미엄 백신인 RSV, 대상포진 백신은 올해 상반기 중 국내 임상 1상이 마무리돼 하반기 이후 임상 2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백 대표는 올해 경영 목표를 ‘좋은 회사에서 위대한 회사로’로 설정했다. 짐 콜린스의 저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를 인용했다. 백 대표는 “투명하고 착한 기업은 좋은 기업이고, 그 위에 국가와 인류에 도움이 되는 ‘위대한 기업’이 있다”고 강조하면서 “후배 창업자들에게는 ‘두드리라 열릴 때까지, 한 우물을 파라 나올 때까지, 공부하라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라는 조언을 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He is…

△1962년 경남 거창 △경남 거창고 △서울대 수의과대 수의학과 학사 △서울대 대학원 수의미생물학 석사 △고려대 대학원 생명공학 박사 △1988~2006년 CJ제일제당 제약사업부 QC·QA 실장 △2006~2010년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바이오공정실장 △2010년 유바이오로직스 부사장 △2012년 유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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