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건설근로자 고용 개선에 나서겠다며 전면에 내세웠던 적정임금제와 기능등급제 도입이 늦어지고 있다. 정부가 제대로 정책 설계와 추진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올 대목이다.
고용노동부는 27일 제1차 고용정책심의회를 열고 제5차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기본계획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기본 계획은 관련 법에 따라 관계 부처와 함께 마련한 5년 단위 정책이다. 5차 계획은 올해부터 2029년까지 유효하다.
정부는 5차 계획을 발표하면서 4차 계획을 평가했다. 4차 계획의 핵심이었던 적정 임금 보장체계 구축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적정 임금 보장체계는 적정임금제와 기능등급제가 뼈대다. 적정임금제는 건설업 특성인 다단계 도급 과정에서 원·하도급자에 공사 금액을 보장해 근로자의 임금이 적정하게 지급되도록 돕는 제도다. 이를 위한 수단적인 대책이 기능등급제다. 경력, 자격, 교육훈련에 따라 적정 임금을 주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2020년 4차 계획을 발표하면서 두 제도의 도입을 전면에 내걸고 제도화를 약속했다. 적정임금제의 경우 공공부문 공사에서 의무화까지 내걸었다. 하지만 두 제도 모두 안착은커녕 시범사업도 제대로 못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적정임금제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며 “기능등급제는 제도 활용과 유인 방안이 미흡했다”고 설명했다.
두 대책이 헛도는 사이 건설업 상황은 어려 악재까지 겹치면서 악화일로다. 2023년부터 건설경기가 침체됐고 청년이 오지 않는 현장은 외국인 근로자로 채워지고 있다. 건설 인력의 고령화는 심해지고 있지만, 숙련인력이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이는 건설업의 안전사고 위험→건설 현장 중단에 따른 임금체불 증가→건설업 고용 악화란 악순환을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
정부는 5차 계획에서도 적정임금제는 내년 추진 여부를 검토하고, 기능등급제는 다시 시범사업을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건설업 상황이 4차 계획을 추진했을 때보다 악화된 상황이 변수다. 노동계에서는 두 제도의 도입 지연을 두고 예정된 결과란 목소리가 나온다. 당초 5차 계획은 작년 말 마무리됐어야 한다. 하지만 정책을 만들기 위한 노동계와 소통 부족 문제가 작년 말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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