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귀여워요. 저도 사주세요.” 26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유니트리 본사를 찾은 한 어린아이는 로봇 개 ‘Go2’에 반해 연신 부모를 졸라댔다. 부모는 비싸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가격표에 적힌 9997위안(약 198만 원)이라는 액수에 놀라 “진짜냐”고 되물었다.
2016년 유니트리를 창업한 왕싱싱 회장은 대학원 시절 만들었던 ‘XDoG’를 발전시킨 새 모델을 꾸준히 내놓으면서 ‘로봇 개’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로봇의 부품, 배터리, 레이더 장치 등 모든 제품을 자체 개발하며 기술력을 확보했다. 왕 회장은 이달 1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민간기업 간담회에서도 “우리 기업과 우리는 모두 중국에서 태어나 자랐다”며 독자 기술력을 여러 번 강조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흑자를 내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리는 것과 달리 유니트리가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비결이기도 하다. 루시난 유니트리 마케팅매니저는 “2019년 출시된 ‘에일리언고’가 첫 상업 판매 모델로, 이때부터 영업이익이 흑자를 냈다”고 귀띔했다. 핵심 기술을 직접 개발하고 자체 공정에서 생산해 수익성까지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독보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은 유니트리에는 투자 유치 때마다 대규모 자금이 몰린다. 지난해 9월 진행된 C라운드 투자에는 베이징로봇산업투자펀드, 메이퇀 산하 룽주인베스트먼츠, 세쿼이어캐피털, 중신증권 등이 참여해 수억 위안의 자금 조달을 마쳤다. 앞서 지난해 초에도 10억 위안 규모의 B2라운드 투자를 이끌어내면서 회사 가치는 80억 위안(약 1조 5867억 원)을 넘어섰다. 안정적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연구개발(R&D)에 집중해 기술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이뤄낸 것이다.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상용화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달 13일 전자상거래 플랫폼 징둥에서 처음으로 판매된 휴머노이드 로봇 ‘H1’은 65만 위안(약 1억 3000만 원)에 달하지만 후속인 ‘G1’은 9만 9000위안(약 2000만 원)이다. H1의 경쟁 모델인 테슬라의 옵티머스가 2만~3만 달러로 예상되는 점을 고려하면 절반에 불과하다. 로봇 개 시장에서 유니트리는 세계 로봇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유니트리의 성과는 로봇을 10대 중점 분야로 육성하겠다는 ‘중국 제조 2025’이 성공했다는 점을 증명한다. 압도적인 속도의 기술 발전에다 중국 특유의 실용성을 더해 로봇 분야에서 ‘제조업 강국’의 꿈을 이뤄낸 유니트리가 주목받는 이유다. 특히 다른 산업과의 연계로 실생활에서 자리를 잡은 제품들도 눈길을 끈다. 중국 대부분의 호텔에서는 요즘 룸서비스를 하는 로봇이 직접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린 후 투숙객 방 앞까지 이동한다. 지난해 항저우 로봇 기업 로툰봇이 개발해 경찰과 함께 순찰하는 모습이 화제가 된 구형 로봇 ‘RT-G’는 중동 지역으로 수출 계약이 진행되고 있다. 태산·우공산 등에는 보행 보조 로봇이 확산돼 등산객의 편의를 돕고 있다.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발전이 가속화되기 시작한 것은 2023년 11월부터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휴머노이드 혁신 발전 지도 의견’을 통해 △2025년까지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 시스템 구축 △2027년까지 대뇌·소뇌·사지 등 일부 핵심 기술 돌파 및 양산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혁신 능력 제고 △글로벌 선두 수준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한편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는 지난해 27억 6000만 위안(약 5471억 원)에서 2029년 750억 위안(약 14조 8673억 원)으로 늘어나고 전 세계 시장의 약 33%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향후 10년간 연평균 50% 이상씩 성장해 2035년에는 3000억 위안(약 59조 4690억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