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꺾일수 있다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고용과 물가 불안감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의 낙관론은 식고 있으며 그동안 미국 경제의 독주(미국 예외주의) 기반이 됐던 증시에 대한 자신감 마저 줄어들고 있다. 월가의 전문가들은 물가는 안 잡힌채 성장세만 줄어드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가능성을 경고하기 시작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지난주(2월16∼22일) 신규 실업수당청구 건수가 24만2000건으로 직전 주보다 2만2000건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2월 첫째 주간 이후 2개월여 만에 가장 많은 청구 건수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22만5000건)도 웃돌았다. 월가에서는 미국 정부효율부의 연방 기관 비용 감축 조치로 지원금이 끊인 연방 관련 단체와 기업의 감원을 일부 원인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고용 시장 흐름이 둔화쪽으로 변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팬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지난주 전체 실업수당 증가 건수 중 약 5000건이 정부효율부 활동 여파다. 나머지 1만7000건은 경기 동향의 결과라는 것이다.
근로자들의 자신감도 줄고 있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이 전날 발표한 분기별 정기 조사에서 ‘고용주가 사업을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는 응답은 직전 분기 25.3%에서 29.7%로 상승했다. 해고 우려도 30.3%로 같은 기간 3.0%포인트 더 늘었다.
고용은 줄어든 반면 물가 우려는 커졌다. 12일 발표된 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보다 3.0%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다시 올라선 것은 지난해 6월(3.0%) 이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정책이 겹치며 소비자들의 물가 불안은 가중되는 분위기다. 블룸버그 통신이 해리스폴에 의뢰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9%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일상용품의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본다고 응답했다. 가격을 낮출 것이란 응답은 11%에 불과했으며 16%는 ‘확실치 않다’, 15%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트레이드스테이션의 전략 책임자인 데이비드 러셀은 “소비자들은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는 신호를 보고 싶어하지만, 일자리 시장이 약화와 겹쳐 스태그플레이션 신호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2월 들어 성장에 대한 자신감도 눈에 띄게 하락했다. 경제조사단체 콘퍼런스보드는 2월 미국 소비자신뢰지수는 98.3(1985년=100 기준)으로,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낮았다. 특히 앞으로의 단기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지수는 72.9포인트로 경기침체 위험 신호로 여겨지는 80선 아래로 8개월 만에 내려왔다. 이밖에 지난해 12월 0.1% 상승했던 경기선행지수(LEI)는 1월들어 예상치 못하게 -0.3%로 돌아섰다. S&P글로벌의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는 1월 52.8에서 2월 49.7로 떨어져 2년 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불거진 경제 불확실성이 경제를 누르고 있다고 보고 있다. S&P글로벌은 “지출 감축이나 관세와 관련된 연방 정부 정책으로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사업에 대한 기대치가 줄어드는 것”이라며 “지난 달까지 산업계에서 보였던 낙관적 분위기는 사라지고 불안감, 활동 둔화, 가격 상승과 같은 암울한 그림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심리는 금융시장에도 드러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개인투자자협회의 최근 주간 조사에서 투자자들의 61%는 주가가 향후 6개월 동안 하락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2022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며, 직전주 40.5%에서 20%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증시 하락은 소비 위축와 미국 성장률 감소로 이어지는 요인이다. 그동안 미국 증시 상승이 중산층과 부유층의 소비를 촉진시켜 경제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됐기 때문이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크 잔디는 “자산시장과 경제에 대한 감정을 설명하는 데 있어 ‘취약하다(fragile)’는 표현이 점점 적합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채 금리의 움직임도 침체의 공포를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날 발생했던 최근 미국 10년물과 3개월 물의 금리 역전 현상은 이날도 계속됐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이날 10년물 금리는 4.265%, 3개월 물은 4.304%로 마감했다. 통상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은 경기 침체의 전조로 해석된다. 특히 3개월물과 10년물의 관계는 뉴욕연방준비은행(연은)이 주목하는 지표다. 블룸버그의 칼럼니스트인 조너선 래빈은 “10년물 국채 금리가 하락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성장이 좌초될 수 있다는 위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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