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코그니전트 클래식(총상금 920만 달러) 1라운드가 열린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가든스의 PGA 내셔널 챔피언스 코스(파71). 투어 통산 1승의 제이크 냅(31·미국)이 18번 홀(파5) 페어웨이에서 두 번째 샷을 날려 공을 홀 옆 5m 남짓 거리에 떨어뜨렸다. 17번 홀까지 11타를 줄인 그가 이글 퍼트를 넣으면 58타, 2퍼트로만 막아도 59타인 상황.
이글 퍼트는 아쉽게 실패했지만 이어진 버디 퍼트를 침착하게 성공한 냅은 PGA 투어 역사상 50대 타수를 기록한 14번째 주인공으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세계 랭킹 99위 냅은 28일(한국 시간) 대회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12개를 떨어뜨리는 완벽한 플레이를 펼치며 12언더파 59타를 쳐 단독 선두에 올랐다. 대니얼 버거(미국) 등 2위 그룹과는 4타 차다.
1번 홀에서 출발한 냅은 5번 홀까지 5연속 버디를 챙기며 기세를 올렸다. 이후 9번 홀(파4)에서 버디를 추가하며 6타를 줄인 채 전반을 마무리했다.
후반 들어서도 냅의 질주는 멈출 줄 몰랐다. 10번(파5)과 11번 홀(파4)에서 연속 버디를 뽑아낸 그는 13번(파4)부터 15번 홀(파3)까지 세 홀 연속 버디를 떨어뜨리는 무서운 집중력을 선보이며 타수를 줄여나갔다. 마지막 홀에서도 신들린 샷 감을 과시한 냅은 12번째 버디를 넣고 첫날 경기를 마무리했다. 2번 홀(파4) 행운의 칩인 버디에 15번 홀에서는 10m 버디가 들어갔다.
1994년생인 냅은 지난해 1부 투어를 뛰기 전까지 주로 캐나다와 콘페리(2부) 투어에서 뛰었다. 생계 유지를 위해 낮에는 훈련과 대회에 참가하고 밤에는 나이트클럽과 예식장 등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며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꾸준히 노력해 지난해 1부 투어에 합류한 그는 그해 2월 멕시코 오픈에서 PGA 투어 첫 우승을 차지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PGA 투어에서 50대 타수는 이번까지 15번 나왔다. 2016년 8월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짐 퓨릭(미국)이 유일하게 58타를 기록했고 냅의 기록을 포함한 나머지 14차례는 모두 59타였다. 퓨릭은 59타도 한 번 쳐봤다. 그래서 60타를 깬 기록은 14명이 15번 작성했다.
최근 59타 기록은 지난해 7월 존디어 클래식 1라운드에서 헤이든 스프링어(미국)가 세웠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는 2001년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유일하게 59타를 기록했다.
냅은 “초반부터 경기가 꽤 잘 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는데 다음 플레이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돼 샷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15번 홀에서 긴 버디 퍼트를 성공하고 나서야 ‘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앞서 14번의 58·59타 기록 중에 최종 우승까지 이어진 경우는 5번뿐이다. 확률로는 고작 35.7%. 꿈의 타수를 작성하고 실속까지 완벽하게 챙긴 사례는 생각보다 아주 적었다.
버거와 러셀 헨리(미국), 사미 발리마키(핀란드)가 8언더파 2위 그룹에서 냅을 추격한다. 임성재는 3언더파를 쳐 더그 김(미국) 등과 공동 48위에 자리했다. 임성재는 2020년 혼다 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열렸던 이 대회에서 PGA 투어 첫 우승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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