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인 인도와 관세 조정 등 다양한 방식으로 미국발 '관세 폭탄'을 피하려는 각국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27일(현지 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멕시코 정부는 이날 미국 당국이 눈엣가시로 여기던 옛 마약 밀매 조직 두목을 포함해 29명의 수감자를 미국으로 전격 범죄인 인도했다.
멕시코 검찰청은 "마약 밀매를 비롯해 다양한 종류의 범죄를 저지른 조직원 29명이 미국으로 이송됐다"며 "이번 조처는 양국 주권을 존중하는 틀 안에서 협의·협력·상호주의 원칙에 근거해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송된 인원 중에는 옛 과달라하라 카르텔 우두머리였던 라파엘 카로 킨테로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1980년대 '나르코(마약범) 중의 나르코'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마약 거물이다. 미국은 2000만 달러(체포 당시 환율 기준 약 265억 원)의 현상금을 내걸며 카로 킨테로를 수배해 왔다.
이번 범죄인 인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멕시코산 제품 25% 관세 부과가 예고된 후 양국 협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발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마약이 미국으로 쏟아지고 있다"며 "이 같은 사태가 중단되거나 제한될 때까지 (25%의) 상호 관세는 실제로 부과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인도는 기존 관세 체제를 어떻게 개편할지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역시 미국의 상호 관세를 피하기 위해서다.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인도가 자동차와 화학 제품을 포함해 여러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관세 인하 검토 대상에는 일부 농산물과 주요 의약품, 특정 의료기기 및 전자 제품 등도 포함된다.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를 부과할 경우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꼽히는 나라다. 모디 총리는 이달 초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올 가을까지 양국 간 무역협정을 타결하자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당시 인도에 에너지와 무기를 더 많이 판매하고 싶다는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 현재 인도는 미국 이외 국가에서 수입하는 품목의 리스트를 작성하고 있으며 이 제품들을 미국에서 들여올 수 없는지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의 비영리 연구단체 하인리히 재단의 무역 정책 책임자인 데보라 엘름스는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봐야 하지만 인도가 단기적으로 미국의 높은 상호 관세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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