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쓰이그룹 계열의 종합상사인 미쓰이물산이 호주 로즈릿지 철광산 개발 사업에 역대 최대 규모인 8000억 엔(약 7조 6500억 원) 투자를 결정했다. 미쓰이물산이 집행한 투자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미쓰이물산은 기존 보유량에 더해 이번 투자로 얻게 되는 철광석 채광권까지 합하면 세계 철광석 연간 생산량의 4%를 손에 쥐게 된다. 종합상사가 이처럼 자원 개발 총력전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쓰이물산은 19세기 메이지 시대부터 거슬러 내려온 일본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종합상사다. 무역 중개를 중심으로 하던 일본의 종합상사들은 1990년대부터 해외 유전과 가스전, 광산 투자에 뛰어들며 본격적인 자원 개발 회사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글로벌 산업과 기술 발달로 원자재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본 것이다. 미쓰이물산은 2009년 러시아 사할린-2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지분을 12.5%를 확보하며 에너지 분야에서 입지를 강화했고, 2017년에는 요르단에서 대규모 태양광 발전 사업에 투자했다. 지난해에는 아랍에미리트(UAE)의 LNG 사업에 880억 엔(약 127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미쓰이물산은 이에 그치지 않고 호주 철광석 광산까지 손을 뻗은 것이다.
호주 로즈릿지 철광산은 약 68억 톤의 매장량을 가진 세계 최대 규모의 미개발 광산이다. 현재 미쓰이물산은 호주와 브라질에 연간 6100만 톤의 철광석 채광권 지분을 갖고 있다. 일본 기업으로서는 가장 많은 규모로, 이번 로즈릿지 철광산 투자를 포함하면 2050년까지 생산량이 1억 톤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미쓰이물산이 이번 투자를 통해 글로벌 철강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확고하게 굳히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보고 있다. 금속 자원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확고히 했다는 의미다. 포츈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철광석 시장 규모는 2023년 2793억 달러에서 2024년 2902억 달러로 성장했으며, 2032년까지 398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신들은 글로벌 광물 전쟁에서 선두 지위를 확보하면서 미쓰이물산의 사업 보폭도 더욱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철광석은 구리·아연과 함께 철강·조선 등 제조업에 필수적인 전략 광물에 속한다.
미쓰이물산은 내년 3월까지 1조 4000억 엔 규모의 투자자산 매각도 계획하고 있다. 투자 자산의 선택과 집중을 위해서다. 이번 매각 대상에는 인도네시아 파이톤 석탄 화력 발전소와 도쿄 본사 인근 오피스 '오테마치 원' 등 부동산 자산이 포함됐다. 미쓰이물산의 테츠야 시게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다양한 (투자)후보들이 있기 때문에 사업 전략과 성장 가능성, 수익 기여 시기 등을 신중히 판단해 투자한다"며 "이번 호주 로즈릿지 철광석 투자도 당초 5000억 엔 투자를 검토했으나 이사회 논의 등을 거쳐 8000억 엔으로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과 알루미늄 업종을 시작으로 관세 전쟁을 본격화하면서 철광석을 비롯한 원자재 시장에도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원자재 인사이트는 28일 105달러 선인 철광석 평균 가격을 올해 톤당 98.2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장기적으로 2031년까지 톤당 73달러로 떨어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왔다. WSJ는 "철강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늘어나면서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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