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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도시경쟁력 vs 지역균형 발전…문화·관광은? [최수문 선임기자의 문화수도에서]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 거주

문화와 관광 혜택도 수도권에 몰려

지방관광 안되고 해외관광은 더 확산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월 27일 서울 중구 하이커그라운드에서 열린 '2025년 여행가는 봄 대국민 여행 캠페인 출범식'에서 홍보대사 배우 김아영을 비롯한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문체부




서울은 어쨌든 ‘서울’이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주위에는 상당히 있다. 근거는 이렇다. 지금은 글로벌 도시경쟁 시대다. 뉴욕이나 파리, 도쿄 등 세계적 대도시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에서도 ‘국가대표’ 도시를 키워야 한다. 당연히 이는 서울의 역할이다. 서울의 인적·물적 자원을 다른 지방에 흩어놓는 것은 이러한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불리하다. 지방의 자원을 끌어들이지 않더라도, 일부러 서울의 자원을 억지로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은 핵심도시 서울의 경쟁력에 악영향을 준다.

반면 다른 쪽에서 주장하는 지역균형 발전은 어느 정도 서울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다. 전국이 골고루 발전해야 결국 대한민국이 성장한다는 것이다. ‘지방도 살자’라는 지역균형 발전의 역사는 오래됐다. 이미 세종시가 만들어졌고 공공기관들은 전국에 흩어졌다. 지방관광에 ‘국내관광’이라는 이름으로 적지 않은 국가 자원이 투입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도 지난 1일 제106주년 3·1절 기념사에서 “지역 균형발전 정책으로 우리 국민이 전국 어디에서나 균등한 기회를 누리고 ‘함께 잘 사는 지방시대’를 열어야 합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무슨 조치를 취해도 서울을 위주로 하는 수도권으로 집중은 더 가속화되고 있는 중이다. 우리나라 면적(남한 기준)의 12%에 불과한 서울과 인천, 경기도 등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수도권에 거주하는 인구는 2605만명으로, 2023년 말보다 오히려 3만3258명(0.13%)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비수도권 인구는 2517만명으로, 14만1366명(0.56%)이나 감소했다. 전체 인구 중 수도권 거주 비율은 2024년 50.9%나 됐다. 앞서 2014년 수도권 비중은 49.4%였다.

혹자가 말하듯 서울특별시의 인구가 줄었다고 하지만 서울 인근 위성도시의 인구가 늘어나니 이는 결국 서울의 팽창에 불과하다. 일자리와 더 나은 삶을 찾는 젊은이들은 더욱더 서울로 수도권으로 오고, 지방은 노령화되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목적인 문화·관광에서 보면 한국을 방문한 외래 관광객(외국인)의 절대다수가 서울로 몰린다. 서울관광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 외래 관광객 가운데 서울 방문 비율이 80.3%였다. 앞서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 이 비율은 76.4%였다. 당연하다. 서울에 보고, 먹고, 놀고 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024년 우리나라 공연시장 관람권 판매액의 79.1%가 수도권(서울은 65.1%)에서 나왔다.

새삼스럽게 이런 생각이 든 것은 문화체육관광부 주도로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청계천 한국관광공사 서울지사가 있는 하이커그라운드에서 열린 ‘3월 여행가는 봄 캠페인’ 출범식에서였다. 이날 행사에는 관광 관련 업계 인사 100여명이 참석했다. 물론 대부분이 서울이나 인근 사람이다. (세종, 원주 등에서 온 사람도 있었다.)

국내관광을 활성화하자는 데 결국은 지방관광 활성화다. 이는 서울 등 수도권 사람들이 지방으로 가서 관광을 즐겨야 이뤄질 수 있는 일이다. 그럼 그들이 우리나라 지방으로 갈까. 제주도를 가느니 일본을 간다는 사람이 오히려 늘고 있다. 또 막히는 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가느니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가는 것이 더 편하다는 사람이 많다. 대개 지방은 그들이 떠나온 곳이다. 누군가는 고향에서 향수를 느끼겠지만 누군가는 더 나은 곳을 찾는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24년 한해 우리 국민 해외 관광객은 2869만명이었던 반면, 방한 외래 관광객은 1637만명에 그쳤다. 비율로 따지면 1.75대 1이다. 가장 최근 통계인 올해 1월은 우리 국민 해외 관광객이 297만명, 방한 외래 관광객은 112만명이었다. 거의 3대 1이다.



결국 문제는 ‘서울 1극 체제’로 여겨진다. 저출생, 집값 앙등, 환경 오염 등 모든 문제의 근원으로 인식되는 서울 1극 체제가 역시 관광 부문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우리나라 같은 수도권 집중은 다른 나라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다. 이웃 일본은 2개 혹은 3개의 중심(도쿄, 오사카, 후쿠오카)이 있고 중국도 마찬가지다.

물론 서울시는 다른 생각인 듯하다. 이른바 ‘서울관광이 잘돼야 한국관광이 잘된다.’ 예를 들어 마이스(MICE) 개최 건수가 있다. 전세계 도시 가운데 서울이 수위를 다투는 데 이는 서울의 도시경쟁력 때문이다. 서울시는 “글로벌 비즈니스 여행 전문지 ‘글로벌 트래블러’로부터 10년 연속 ‘세계 최고 마이스 도시’로 선정됐다”고 홍보한다. 당연히 이는 다른 지역의 희생을 바탕으로 하지 않겠나.

고속도로 운전을 해 본 독자들은 주말이 본격 시작되는 토요일 오전에 서울에서 지방으로의 방향이 아니라 서울 방향으로 차량이 더 막히는 경험을 한다. 서울에 더 볼 것이 많다고 찾아가는 사람들이다. 방한 외국인 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들도 서울관광을 더 즐긴다. 이러저러한 모든 지적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사람들은 서울로, 수도권으로 몰린다.

설 연휴였던 1월 27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이 내국인·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여행이라는 것은 좋은 경험을 밑바탕으로 한다. 한 참석자가 알려주길 그는 ‘여행가는 봄 캠페인’ 출범식이 열린 지난달 27일 시작 시각인 오전 10시 30분 아슬아슬하게 하이커그라운드에 도착했다고 한다. 행사장은 하이커그라운드 건물의 5층이었는데 앞서 늘 올라가는 것처럼 건물의 서쪽(정면에서 오른쪽)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했다. 원래 5층에 있던 카페가 행사로 영업중지돼 있다는 팻말만 붙어 있고 엘리베이터는 가동을 안 했다. 행사가 시작했기 때문인 듯해 그는 할 수없이 걸어서 올라갔다. 5층에 올라가니 마침 행사장 무대 뒤쪽인데 딱딱한 표정의 경비가 여기오면 안된다고 그냥 내려가라고 했다고 한다.

‘행사가 시작됐으니 잠깐 지나가든지 아니면 주요 발언이라도 듣자’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어쩔 수 없이 다시 걸어 내려와 건물을 돌아 동쪽(정면에서 왼쪽)의 다른 엘리베이터를 타야했다. 행사장 목적자는 동쪽을 이용하라는 안내문을 서쪽 엘리베이터 앞에 붙여놨으면 좋았을 거라고 하소연했다. 아쉽다. 관광은 디테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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