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영난으로 미국 브로드컴·대만 TSMC 분할 인수설에 휩싸인 인텔이 엔비디아 등에 삼성전자(005930)보다 앞선 최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납품을 시도하고 나섰다.
로이터 통신 등은 3일(현지 시간)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브로드컴이 인텔의 1.8 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시험(테스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MD도 인텔의 같은 공정을 평가하고 있지만 테스트 칩을 실제 공장에 보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1.8 나노 공정은 인텔이 2021년 파운드리 사업에 재진출하면서 야심 차게 준비한 기술이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5나노 이하 파운드리를 양산할 수 있는 유이한 두 업체 TSMC와 삼성전자의 3나노보다도 앞선 공정이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테스트는 인텔의 첨단 생산 기술에 대한 초기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인텔이 이들 기업으로부터 수억 달러 규모의 제조 계약을 따낼 가능성에 더 가까워졌다”고 설명했다.
국내외 반도체 업계에서는 인텔이 만약 삼성전자·TSMC보다 앞선 공정의 칩을 자국 거대 기술 기업(빅테크)에 납품하게 될 경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 반사이익까지 받으며 경쟁력을 일부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했다. 다만 기술의 완전성에는 의문 부호를 붙였다.
실제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엔비디아와 브로드컴은 인텔의 완전한 1.8 나노 칩 설계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의 가동·성능을 진단하는 수준이다. 인텔은 당초 지난해부터 1.8 나노 공정 반도체를 생산하려다가 이 계획을 내년 중반으로 늦췄다. 인텔은 이전에도 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과 1.8 나노에서 칩을 생산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사항은 알리지 않았다.
앞서 주요 외신들은 인텔이 1.8 나노 공정 반도체 양산 기술을 조기에 확보하지 못할 경우 파운드리 제조 부문은 TSMC에, 칩 설계 부문은 브로드컴에 각각 인수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인텔은 지난해에만 총 116억 7800만 달러(약 17조 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거둔 바 있다. 지난해 파운드리 부문의 매출만 2023년보다 60%가 줄어들었고 이 사업은 2027년까지도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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