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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 데뷔 20주년’ 박상현 “벽돌 하나하나 쌓은 결과…롱런 비결은 ‘가볍게 생각하기’”

적절한 스트레스 해소로 슬럼프 차단

대학 땐 시합 빼먹고 축제 즐기기도

힘 대신 머리로 승부하는 게 내 골프

올핸 국내 전념…우승행진 다시 시작

채리티오픈과 타임폴리오매치 호스트

“전통있는 ‘꿈의 대회’로 만들고 싶어”

박상현은 올해 투어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실력이 점차 무르익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올해 목표는 지난해 잠시 끊겼던 우승행진을 다시 이어가는 것이다. 사진 제공=민수용 골프전문 사진기자




올해로 투어 데뷔 20주년을 맞은 박상현은 천재형 골퍼는 아니었다. 나이가 들면서 빛을 발한 편에 가깝다. 그가 말하는 롱런의 비결은 ‘가벼움’으로 요약할 수 있다. 너무 심각하게 한쪽으로 매몰되지 말자는 것. 아마추어 골퍼에 대한 그의 조언도 ‘힘 빼기’였다


“요즘 연습을 안 해요. 편하게 놀면서 가끔 스크린골프도 치는 ‘아지트’ 같은 곳이 있는데 거기서 만나면 어떨까요?”

다른 선수들은 일찌감치 해외 전지훈련을 떠났거나 국내에 있더라도 스윙을 점검하거나 체력 훈련을 하고 있는데 한가하게 쉬고 있다고? 인터뷰 섭외 전화를 끊고 잠시 생각해 보니 그랬다. 박상현은 쉴 땐 확실하게 쉬는 스타일이다. 골프가 안 맞을 땐 채를 내려놓고 술도 한 잔씩 하며 스트레스를 푼다. 대회 때는 심각한 표정으로 집중하다가도 어느 순간 동반 선수들과 웃고 떠든다. 진중함과 가벼움을 모두 가졌다.

박상현은 한국(12승)과 일본(2승) 프로골프 투어에서 통산 14승을 거뒀지만 어린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낸 천재형은 아니었다. 군에 다녀온 후 스물여섯에 첫 우승을 거두고 서른다섯 살에 처음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상금왕을 차지했다. 마흔에 다시 한 번 상금왕에 올랐으니, 해를 거듭하면서 무르익은 셈이다. 2005년 투어에 뛰어들어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박상현은 “처음부터 두드러지진 못했지만 벽돌 하나하나를 쌓아 지금의 성과를 이룬 것”이라고 되돌아봤다.

박상현은 2월 초 ‘드디어’ 태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출국에 앞서 그를 경기 성남 분당에 있는 그의 아지트에서 만났다.

2005년부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를 뛰어 올해가 딱 20주년이다. 느낌이 남다를 것 같은데.

“우승도 많이 했지만 실패는 더 많았던 시간이었다. 꾸준히 성장하면서 지금까지도 후배들과 경쟁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지난해 하반기에 원하던 성적은 안 나왔다. 고민도 했었는데 너무 깊이 하면 미궁 속으로 빠진다. 그래서 그냥 볼이 잘 안 맞았던 시기로 결론짓고 지금은 가족들과 즐겁게 지내고 있다. 연습은 거의 안 한다.”

남들은 한창 훈련 중이다. 연습을 안 하는 이유는.

“원래 시즌 끝나면 한동안 골프채를 놓는다. 시즌을 뛰면서 안 좋았던 습관들을 버리기 위해서다. 일종의 ‘리셋’ 작업이다. 근데 몸이 근질근질하니까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실내에서 연습볼 치면서 가족들과 보낸다.”

시즌 중 못했던 취미 생활도 즐기나.

“요즘 요리학원 다니고 있다. 너무 재밌다. 아이들에게 요리 해주는 재미도 쏠쏠하다. 파스타나 토르티야로 싸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자주 만든다. 제육볶음이나 된장찌개도 잘한다. 골프를 잊는 시간도 되고 작은 취미 생활을 즐기면서 힐링하고 있다.”

올해 목표도 정했을 텐데.

“솔직히 이루고 싶은 건 많다. 2021년부터 2022년, 2023년까지 매년 우승을 해왔는데 작년에는 준우승만 두 번 한 게 아쉽다. 그래도 나의 단점을 되돌아보고 보완할 계기가 된 만큼 올해가 더 기대된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페이스가 좋았다. 하반기에 상승세가 꺾인 이유가 뭐였나.

“나는 원래 머리를 쓰면서 골프를 치는 스타일인데 잠시 거리에 대한 부담 때문에 너무 세게만 치려고 했던 것 같다. 내 스타일을 잠시 잊은 거다.”

박 프로 같은 베테랑도 분위기에 휩쓸리나.

“요즘 젊은 친구들은 엄청나게 멀리 때린다. 항상 쳐왔던 골프장인데 공략법이 몇 년 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나도 그 친구들 따라 해보려고 했는데 나한테는 안 맞더라. 확실히 마음을 내려놓고 나만의 골프를 친다는 게 어렵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비시즌에는 가끔 스크린골프도 즐긴다.


공을 들어보이고 있는 박상현.


한국 남자골프를 대표하는 선수인데 개인적인 부분은 잘 안 알려져 있다. 골프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중학교 1학년 봄방학 때 아버지 따라 연습장에 갔다가 한 달만 배워보지 않겠냐고 아버지가 권해서 처음 채를 잡았다. 4개월 후부터는 본격적으로 레슨을 받았는데 몇몇 선수들처럼 골프 천재라고 불릴 실력은 못 됐다. 정말 벽돌을 하나하나 쌓은 것처럼 매년 실력이 좋아지고 성적도 좋아지다 보니까 지금의 결과가 있지 않았나 싶다.”

영화 대사에 이런 게 있다. “아버지 뭐 하시노?”

“하하. 아버지는 가구 사업을 하셨다. 자개장 공장을 하셨는데 외환위기(IMF) 이후 사업이 안 좋아졌다. 그러는 와중에도 내 골프가 잘 되니까 그거 믿고 투자를 해주셨다.”

“내 골프는 머리로 승부하는 스타일… 대학 땐 캠퍼스 낭만 즐기면서 골프”


투어 데뷔 후 1년 만에 군에 입대했다. 보통의 선수는 입대를 최대한 늦추는데 군에 일찍 간 이유가 있었나.

“솔직히 그 당시 골프를 치고 싶지 않았다. 10년 동안 골프를 하면서 너무 재미가 없어졌다. 성적은 괜찮았지만 반복되는 생활이 지루했던 거다. 한 번은 대회 참가 신청을 안 하고 학교 축제에 갔다. 대학 4학년 때였는데 부모님께 일주일만 쉬면서 학교생활을 즐기고 싶다고 했더니 그러라고 하시더라. 지금 생각해도 부모님이 너무 고맙다.”

그때 축제에서 함께 즐겼던 사람이 지금의 와이프인가.

“맞다. 와이프랑 캠퍼스 커플이었다.”

골프선수 치곤 학교에 자주 나갔나 보다.

“정말 열심히 다녔다. 너무 자주 나가니까 교수님이 ‘너 시합 없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학교가 좋았나 보다.

“신세계더라.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며 놀 수 있고, 친구 집에서 외박도 할 수 있고, 친구들이랑 학교 잔디밭에 돗자리 깔고 앉아 짜장면 시켜 먹는, 그런 캠퍼스 낭만이 너무 좋았다.”

골프에 지장은 없었나.

“연습을 할 때는 열심히 했다. 대학 리그에서 랭킹 1~2등을 할 정도로 성적도 잘 나왔다. 운이 좋았던 건데 그 시절이 아직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지금도 연말에 학교 모임이 있으면 꼭 나간다.”

성적은 좋았나.

“골프 실기는 당연히 A+였다.(웃음) 근데 다른 과목은 겨우 졸업할 정도였다. 가끔은 교수님 찾아가서 아부 떨기도 했다.”

아내와는 어떻게 만났나.

“4학년 개장 파티 때였다. 집사람이 나이는 같지만 한 학번 후배였는데 그 전과 달리 그날 유난히 빛이 나더라.”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걸로 유명하다.

“내게 믿음을 주고 결국 옆에 있어 줄 사람은 가족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프로들의 경우 시합이 없을 때는 지인이나 소위 VIP 분들과 골프를 치거나 식사 자리를 갖는데 난 그런 거 안 하는 편이다. 평소 집에 자주 없기 때문에 그 하루를 가족들과 지내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거다.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과 어떻게 공부를 하고 학원은 몇 시에 가서 몇 시에 끝나는지 등에 관심을 가지려 한다.”

해외 투어에 나가면 힘들겠다.

“처음 해외 진출을 생각할 때 일본을 택한 것도 한국과 가까워 언제든지 가족들 보고 싶으면 들어올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아시안 투어도 뛰어봤는데 쉽지 않더라. 말이 아시안 투어지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카타르 등 너무 많은 지역을 오가니까 체력 문제도 있고 버거웠다. 올해부터는 해외 투어는 모두 접고 KPGA 투어에 전념하려고 한다.”

박상현은 여전히 대회 전날 짐을 꾸릴 때면 설렌다고 말한다.


2018년에는 서른다섯에 처음으로 상금왕을 했고, 2023년에도 상금왕에 올랐다. 나이가 들수록 골프가 점점 익어가는 느낌인데, 비결이 있다면.

“첫 번째는 골프에 대한 사랑이다. 지금도 시합 전날 짐을 쌀 때면 소풍 가는 것처럼 설레고 기대에 부푼다. 두 번째는 경험이다. 골프는 장타도 중요하지만 노련미 있게, 영리하게 쳐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쪽으로 많이 연구한다.”

시합을 즐기고 감정 컨트롤을 잘하는 건 타고난 걸까.



“아니다. 우승도 많이 했지만 우승보다 더 많이 한 게 2등, 3등이다. 많이 깨져 보고 넘어지고 실패해 봤다. 그런 경험이 쌓여서 공부가 된 결과다.”

자신의 골프 수준이 절정에 달했다고 느낀 적이 있나.

“아직도 더 배울 게 많다. 모든 게 마찬가지지만 골프채를 놓기 전까지 계속 연구해야 한다. 산을 넘으면 또 다른 산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야 발전도 있다.”

한 번 맺은 스폰서와 오랜 기간 함께하는 걸로도 유명하다. 2023년 제네시스 챔피언십 땐 고(故) 강신호 동아제약 명예회장을 언급하면서 눈물을 흘렸는데.

“날 언제나 따뜻하게 대해주신 분이고 내게 믿음을 주신 분이셨다. 내가 일본 투어를 뛸 때도 계속 후원을 해주셨는데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 ‘회사 홍보는 신경 안 써도 된다. 네가 어느 투어를 뛰더라도 난 무조건 찬성이다. 네가 원하는 투어를 뛰면서 몸 건강하고 네 발전을 이루면 된다’. 그 말씀이 내게 딱 꽂혔다. 돈을 떠나서 10년 동안 박카스 모자를 쓴 이유다.”

지난해 동아제약이 후원한 더 채리티 오픈 부활에도 많은 역할을 했다.

“현재의 회장님이 골프 대회를 열었으면 하셨는데 나도 시합을 해야 한다는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준비해서 회장님과 임원들 앞에서 발표를 한 적이 있다. 그랬더니 ‘그럼 박프로가 호스트를 맡아서 준비를 하면 좋겠다’고 해서 관여를 하게 됐다. 전통 있는 시합을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프레젠테이션 자료는 직접 만들었나.

“매니저와 둘이서 준비했다. 회장님께서 사장을 비롯한 임원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네가 한 번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권유하셔서 하게 된 거다. 사실 그런 발표는 처음이라서 진짜 너무 떨렸는데 귀한 경험을 할 기회를 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

‘박카스 맨’으로 불리는 박상현은 2015년부터 동아제약과 동행을 했다.


KPGA 투어 최초로 통산 상금 50억 원을 돌파했다. 재테크는 잘했나.

“특별히 투자하고 그런 건 없다. 그냥 하나은행(후원사 중 한 곳)에 잘 쌓아 놓고 있다.(웃음)”

작년 SK텔레콤 오픈에서 최경주와 연장전에서 졌다. 근데 첫 우승이었던 2009년 SK텔레콤 오픈 당시 우승 재킷을 입혀준 게 최경주였다.

“첫 우승 때 최경주 프로님한테 내 존재를 알렸다. 그 후 몇 년 동안 최 프로님과 매년 시합 때 동반 플레이를 했다. 그만큼 성적이 좋았던 거다. 최 프로님은 지금도 날 볼 때마다 ‘박카스! 박카스!’ 그런다. 정말 존경하고 배울 점이 너무 많고 아직도 골프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작년 대회 때 내가 패해 솔직히 아쉬웠지만 그 옆에서 정말 큰 박수를 쳐줄 만큼 나도 기뻤다.”

“호스트 역할 더 채리티 오픈과 타임폴리오 매치…전통 있는 대회로 만들고 싶어”


투어 고참이다. 어떤 후배들을 아끼고, 어떤 조언을 해주나.

“내가 후배를 예뻐하는 첫 번째 기준은 공을 잘 치는 거다. 프로니까. 내 옆에 와서 잘 보이려고 한다고 해서 예뻐 보이지 않는다.(웃음) 우승 문턱에서 계속 미끄러지는 선수들도 있는데 그런 친구들한테는 ‘잘하고 있다. 이번엔 실패했지만 다음에 기회가 오면 네가 우승할 확률이 그만큼 높다’고 얘기해준다. 지금 미국 콘페리 투어 가서 잘하고 있는 이승택에게도 지난해 첫 우승(8월 KPGA 투어 렉서스 마스터즈) 전에 그런 얘기를 해준 적이 있다.”

한때 별명이 꽃미남이었다.

“하하. (홍)순상이 형이랑 그렇게 불린 시절이 있었다. 예전 사진을 보면 배도 안 나오고 허리도 잘 돌아가면서 피니시도 좋았다. 와이프도 옛날 사진 보면 ‘이거 누구야?’ 그러면서 웃는다. 진짜 젊음이 깡패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웃음)”

그때로 되돌아가고 싶나.

“아니다. 지금이 더 행복하고 만족스럽다. 통장에 돈도 있고.(웃음) 그리고 무엇보다 소중한 가족도 있다.”

열두 살 된 첫째는 한때 일기에 아빠 골프 얘기도 썼던 걸로 아는데 지금은 어떤가.

“지금도 골프에 관심이 많다. 내 세계 랭킹도 체크하고 LIV 골프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함께 PGA 투어 중계를 보면서 ‘어, 로리가 1등이네!’ 그런다. 함께 골프를 보면 재밌다.”

지난해 스코틀랜드와 모로코 시합에는 큰아들도 동행했다. 사진 제공=박상현


큰아들과는 골프 관련된 추억도 많겠다.

“작년에 스코틀랜드와 모로코에서 시합이 있었는데 큰애를 데리고 갔다. 사춘기 전에 남자 대 남자로 둘만의 경험을 쌓고 싶었다. 내가 새벽에 일어나서 몸 풀고 연습하는 그런 과정 등등 아빠가 어떻게 골프를 하는지 디테일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게 20일 정도 함께 있으면서 서로 의지했다. 스코틀랜드와 모로코 여기저기 구경도 가고, 쇼핑도 했다. 당시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그것보다 더 소중한 아이와의 추억을 담아 왔다.”

인스타그램이나 소셜미디어 활동을 거의 안 하던데.

“내가 만든 가훈이 ‘내 코나 잘 닦자’다. 남들에게 자꾸 뭔가 보여주려고 하다 보면 실수를 하게 된다. 그런 실수를 하고 싶지 않아서 안 한다. 기부를 해도 미디어에 특별히 알리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인가. 더 채리티 오픈 대회명에 호스트였던 박상현이나 스폰서인 동아제약의 이름이 들어가지 않았다.

“나나 동아제약이나 대회 목적인 기부에 집중하고 싶어서였다.”

이벤트 대회인 타임폴리오 위너스 매치플레이에서도 호스트를 맡고 있지 않나.

“타임폴리오 대표님과 친분이 있는데, 내가 아이디어를 내서 시작한 거라 호스트를 맡게 된 거다.”

어떤 아이디어를 냈나.

“나도 어린 시절 TV에 나오는 프로들과 라운드를 한다고 하면 우러러보고 손을 벌벌 떨었다. 프로가 사용하던 골프채를 선물로 주면 큰 감동을 받았다. 그 기억을 살려서 대표님한테 초등학생과 프로가 한 팀을 이루는 매치플레이 대회를 해보자고 했다. 1회 대회 때 본 아이들의 설레고 기대에 찬 그 눈빛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작년 3회 대회부터 호스트를 맡고 있다.”

참가하는 아이들에게 잘해줘야겠다.

“그 시합은 프로가 아닌 학부모와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숙박, 음식비, 그린피, 캐디피 등을 모두 지원해준다. 동아제약 후원을 받아 숙소에는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필요한 각종 영양제 등 다양한 선물을 마련해서 줬다. 아이들에게 대회에 나와 줘서 고맙다는 편지도 써주고.”

반응이 좋았겠다.

“타임폴리오 시합이 아이들한테는 꿈의 무대가 됐다고 하더라. 더구나 초등학교 6학년만 나오기 때문에 평생에 단 한 번밖에 기회가 없다. 학부모나 아이들의 미소를 볼 때 나도 너무 기분이 좋고 다음 해가 더 기다려진다. 올해는 3월 24일부터 사흘간 하는데 또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할까 연구도 하고 있다.”

“슬럼프는 생각하기 나름, 가볍게 넘겨야… 아마추어도 때론 설렁설렁 연습이 도움돼”


박상현은 적절한 스트레스 해소가 슬럼프에 빠지지 않는 비결 중 하나라고 말했다.


선수 생활 동안 특별한 위기나 슬럼프가 없었는데.

“나도 공이 안 맞았을 때는 있었다. 근데 슬럼프는 없었다. 왜냐하면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공이 안 맞을 때 ‘난 슬럼프야’ 그러면 진짜 슬럼프에 빠진다. 오랜 기간 골프를 쳐오지 않았나. 뭔가 좀 안 되더라도 사실 그 스윙이 그 스윙이다. 스윙이나 슬럼프라는 단어에 매달리는 것보다는 그냥 ‘다음 시합 때 잘 되겠지, 내년엔 잘 되겠지’라는 생각을 가지면서 자신의 루틴을 꾸준히 유지하면 된다.”

그래도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있어야 할 텐데. 혹시 술?

“어떻게 보면 그럴 수도 있다. 시합이 잘 안 풀렸을 때 방 안에서 혼자 왜 안 될까 고민하는 것보다는 맥주 한 잔 하면서 말이 통하는 누군가와 대화하는 게 훨씬 낫다.”

와이프랑 그런 대화를 자주 나누나.

“아니다. 와이프가 되게 영리하다. 성적 좋을 때는 잘했다고 축하를 해주지는 않는다. 근데 공이 안 맞고 못할 때는 되게 잘 풀어준다. 술 마시고 싶으면 마시라고 한다. 그 한 마디에도 스트레스가 풀릴 때도 있다.”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아마추어 골퍼들을 보면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다. 연습할 때도 너무 진지해서 잔뜩 굳어 있다. 난 가끔 장난하는 것처럼 설렁설렁 스윙을 해보라고 한다. 몸에 힘을 완전히 빼면서 말이다. 자꾸 그런 동작을 하다 보면 몸에 힘이 빠지는 게 느껴진다. 다른 거 다 필요 없다. 몸의 힘만 빼도 스코어가 확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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