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반도체특별법’에 이어 일괄공제액과 배우자공제 최저한도를 높이는 상속세·증여세법 개정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상속세 개편을 놓고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자 조기 대선 국면에서 중산층을 겨냥한 감세 정책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전날 회의에서 상속세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도록 지도부에 건의하기로 뜻을 모았다. 기재위원인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통화에서 “원내 지도부와 상의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할지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8월 일괄공제액을 현행 5억 원에서 8억 원으로, 배우자공제 최저한도를 5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올리는 내용의 상속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당에서는 공제 한도 확대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최고세율 인하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야당과의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최고세율 인하는 ‘부자 감세’라며 반대하는 상황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송언석 의원)과 조세소위원장(박수영 의원)이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어서 민주당이 강행 처리하기도 힘든 구조이다.
다만 상속세법 개정안이 실제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될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법상 패스트트랙은 재적 의원 5분의 3(180명) 이상의 찬성으로 지정할 수 있는데 민주당 의석 170석으로는 부족하다. 12석을 보유한 조국혁신당은 민주당의 상속세 개편안에 대해 ‘중산층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라며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어 패스트트랙 지정에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상임위원회 위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상임위 180일 이내→법제사법위원회 90일 이내→본회의 60일 이내 상정’ 단계를 밟는다. 위원장이 야당 소속인 법사위부터는 심사 단계를 축소할 수 있지만 소관 상임위인 기재위 단계에서는 최장 6개월이 소요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패스트트랙 지정으로 인해 오히려 법안 처리 절차가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가업승계 부담 완화 등 기업 활력을 제고할 수 있는 개편 방안에 대해서는 귀를 막고 오로지 조기 대선만을 생각하며 얄팍한 술수를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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