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군사적 도움을 받으면서도 높은 관세를 유지하는 대표적 동맹국으로 한국을 콕 집어 언급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이 보조금을 받는 근거인 반도체지원법(칩스법)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와 중국·북미에 집중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정조준한 셈이다. 12·3 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에 휩싸이며 국정 리더십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의 압박에 고스란히 노출될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 시간) 워싱턴DC 연방의회에서 이뤄진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한국의 평균 관세는 (미국보다) 네 배 높다”며 “우리는 한국을 군사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많이 돕는데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우방이 이렇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 등의 높은 관세를 지적한 뒤 “이 시스템은 불공평하다. 4월 2일 상호 관세가 발효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때 제정된 반도체법에 대해서도 “반도체법과 남은 것은 모두 없애야 한다”며 “그 돈으로 부채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들(반도체 기업)에게 돈을 줄 필요가 없다”며 “그들은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면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투자하러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조금 없이 관세로도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데 왜 보조금을 주느냐는 주장을 재차 펼친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정부로부터 각각 47억 5000만 달러(약 6조 9300억 원), 4억 5800만 달러(약 6700억 원)의 보조금을 받기로 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보조금 자체를 문제 삼으면서 수령 여부 자체가 불투명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전날 TSMC의 미국 내 1000억 달러(약 145조 원) 투자로 미국 시장에서 수세에 몰린 한국 반도체 기업으로서는 상황이 악화하는 셈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알래스카에 세계 최대 규모 중 하나인 거대한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고 있다”며 “일본·한국 그리고 다른 나라들이 각각 수조 달러씩 투자하며 우리의 파트너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성을 따져봐야 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에 대해 한국의 투자를 압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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