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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연봉에 美유학파 안 돌아와…서울대, 철밥통 깨고 스타교수 모신다

■인재전쟁 뛰어든 서울대…교수 성과연봉제 도입

연봉, 세계 최상위 대학 절반 수준

韓1위 대학 명예만으론 매력 없어

해외 '파격 보수'에 이직도 증가세

법인 설립 후 14년만에 도입 결단





“중국은 국가에서 특별교수를 1000여 명 지정해 전폭적으로 지원하는데 우리는 따라가기도 어렵습니다.”(서울대의 한 관계자)

서울대가 법인 설립 이후 14년 만에 교수 성과연봉제 도입에 나선 것은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격화하는 ‘인재 전쟁’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위기감이 커져가기 때문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등에 자리잡은 유학파 석학들을 영입하려 해도 ‘국내 1위 대학’이라는 명예와 사명감만으로는 어려운 게 냉정한 현실이다. 되레 그나마 서울대를 지켜온 ‘스타 교수’들마저 뺏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처럼 정부 차원에서의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지는 못한다 해도 최소한 국내 유수 사립대학과 비슷하게 연봉 체계를 개선하겠다는 것이 이번 개편의 취지로 읽힌다.

5일 임호준 서울대 교수조합위원장(서어서문학과 교수)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서울대가 글로벌 유수 대학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처우가 형편없다 보니 점점 우수한 연구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면서 성과연봉제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특히 요즘 신임 교수들은 금전적 보상에 민감하다. 교수 첫 임용 나이가 평균 40세고 보통 65세면 은퇴한다. 젊은 시절을 학계에 헌신한 대가로 20여 년 동안 받게 되는 돈이라고 생각하면 (서울대 교수 연봉은) 젊은 석학들에게 결코 매력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중장년 교수층 사이에서도 최근 대학의 미래 경쟁력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서울대는 2011년 12월 국립대에서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된 뒤 수차례 성과연봉제 도입을 검토했다. 하지만 번번이 추가 예산 문제 및 구체적인 성과 지표와 관련한 내부 이견 차 등으로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연공서열식 호봉제가 유지돼왔다.



이는 서울대 교수의 ‘연봉 파워’를 뚝 떨어트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한국교육개발원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서울대 정교수 평균 연봉은 1억 2173만 원으로 국내 교수 연봉 상위 5개 대학의 73% 수준에 그쳤다. 다른 주요 대학의 경우 정교수 평균 연봉이 △KAIST 1억 4094만 원 △포항공대(포스텍) 1억 6409만 원 △연세대 1억 8470만 원 △고려대 1억 5831만 원 △성균관대 1억 9027만 원 등 모두 서울대를 크게 웃돌았다.

글로벌 주요 대학이나 실리콘밸리 연구원 등의 연봉과는 비교조차 어렵다. 서울대 교수협의회가 2022년 발표한 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대 교원 임금은 QS 랭킹 기준 세계 최상위 대학 교원 임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미국에서 유학한 박사급 인재들도 현지 대학이나 실리콘밸리 등에 비해 현격히 낮은 연봉과 정주 여건 등을 고려해 미국에 남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한 박사급 연구원은 “글로벌 교수 노동시장에서 서울대의 경쟁력은 크게 떨어진다”며 “높은 강남 집값, 아이들의 사교육비 등을 생각하면 한국으로의 유턴이 매력적인 선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중국의 경우 이미 2008년 공산당이 주도한 ‘천인계획(세계적인 석학 1000명 영입)’ 사업을 시작으로 해외 고급 인력 유치 및 국내 과학기술 인재 육성을 위해 천문학적 규모의 돈을 쏟아붓고 있다.

이처럼 파격적인 대우를 해주는 해외 대학이 늘어나자 기존 교수진조차 서울대를 떠나는 형국이다. 실제로 서울대 교협은 최근 10년 내 자발적 이직 현황을 분석한 결과 “우수 역량 교원의 이직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면서 낙후된 임금 체계의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걸출한 교육과 연구 능력을 갖춘 국내외 연구자들이 서울대 봉직을 원할 만큼의 보수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성과연봉제 도입은 철밥통 파괴의 ‘첫 단추’에 불과할 수 있으나 향후 서울대의 연구 실적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임정묵 서울대 교수회 회장은 “교수들의 철밥통을 깨겠다고 규정화한 것은 정말 큰 결단”이라면서 “기본급(호봉)에 더해서 연구 성과급만 소정 지급하던 기존 보수 체계와 달리 연구·교육·봉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성과를 장려할 수 있는 평가 기준을 세우기 위해 (대학 본부가) 고심 중”이라고 전했다.

이미 서울대는 올해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성과연봉제 시행을 염두에 두고 인건비를 전년 대비 7.5% 인상한 상태다. 서울대 재경위원회는 지난해 ‘197억 원을 교원 보상 체계 개편에 따른 인건비 및 대규모 시설 사업 재원 마련을 위한 기금으로 적립하기 위해 추가경정을 편성한다’고 결정했다. 이어 올해 1월 2025년도 법인회계 세입·세출 예산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교원 성과 중시 연봉제 도입’에 대한 본격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언급하는 등 꾸준히 물밑 작업을 진행해왔다. 임 회장은 “남은 관문은 세부 규정을 완성해 교수노조의 승인을 받고 정부와 협의해 차후 예산까지 확보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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