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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울대, 교수 성과연봉제 도입…철밥통 깨고 스타교수 모신다

◆법인화 14년만에 '보수체계' 손질

연봉, 세계 최상위 대학 절반 수준

韓1위 대학 명예만으론 매력 없어

해외 '파격 보수'에 이직도 증가세

법인 설립 후 14년만에 도입 결단

서울대 정문. 연합뉴스




서울대가 법인화 이후 처음으로 종신보장(테뉴어) 교수를 대상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다.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중국이 수억 원이 넘는 고연봉을 앞세워 인재 영입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경직된 연봉 체제를 뜯어고쳐 교수진의 역량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서울대의 새로운 실험이 국내 대학들의 석학 영입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6일 서울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대는 지난달 성과연봉제 도입을 주요 골자로 한 ‘서울대 교원 보수 규정’ 개정을 완료했다. 서울대는 연내 세부 평가 규정을 완성할 계획이어서 이르면 올해 성과연봉제가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에 도입될 성과연봉제는 테뉴어 심사를 통과한 교수에 한해 적용된다. 사실상 정교수를 대상으로 하고 부교수 및 조교수는 호봉제를 유지할 예정이다. 현재 서울대 전임 교원 2344명 가운데 68%(1596명)가 정교수인 만큼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호봉제에서 성과제로의 전환은 2011년 서울대 법인화 이후 14년 만이다. 10여 년간 지지부진했던 성과제로의 전환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은 박한 처우로 인한 서울대의 인재 유출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자국으로 돌아온 과학자들에게 2억 원의 연봉에 1억 6000만 원의 생활보조금, 8억 원의 연구 보조 비용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 등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 연구원의 평균 연봉 역시 80만 달러(11억 7000만 원)를 넘는다. 반면 서울대 정교수의 평균 연봉은 2021년 기준 1억 2173만 원에 불과하다.

서울대는 성과연봉제 도입 등을 대비해 올해 인건비 관련 예산을 전년도보다 인상한 것으로 파악됐다. 임정묵 서울대 교수회 회장은 “교수들의 철밥통을 깨겠다고 규정화한 것은 정말 큰 결단”이라면서 "연구·교육·봉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성과를 장려할 수 있는 평가 기준을 세우기 위해 (대학 본부가) 고심 중”이라고 전했다.



◇이대로면 AI 인재 美·中에 다 뺏겨…법인화 14년 만 결단

“중국은 국가에서 특별교수를 1000여 명 지정해 전폭적으로 지원하는데 우리는 따라가기도 어렵습니다.”(서울대의 한 관계자)

서울대가 법인 설립 이후 14년 만에 교수 성과연봉제 도입에 나선 것은 AI 등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격화하는 ‘인재 전쟁’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위기감이 커져가기 때문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등에 자리잡은 유학파 석학들을 영입하려 해도 ‘국내 1위 대학’이라는 명예와 사명감만으로는 어려운 게 냉정한 현실이다. 되레 그나마 서울대를 지켜온 ‘스타 교수’들마저 뺏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처럼 정부 차원에서의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지는 못한다 해도 최소한 국내 유수 사립대학과 비슷하게 연봉 체계를 개선하겠다는 것이 이번 개편의 취지로 읽힌다.

임호준 서울대 교수조합위원장(서어서문학과 교수)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서울대가 글로벌 유수 대학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처우가 형편없다 보니 점점 우수한 연구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면서 성과연봉제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특히 요즘 신임 교수들은 금전적 보상에 민감하다. 교수 첫 임용 나이가 평균 40세고 보통 65세면 은퇴한다. 젊은 시절을 학계에 헌신한 대가로 20여 년 동안 받게 되는 돈이라고 생각하면 (서울대 교수 연봉은) 젊은 석학들에게 결코 매력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중장년 교수층 사이에서도 최근 대학의 미래 경쟁력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서울대는 2011년 12월 국립대에서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된 뒤 수차례 성과연봉제 도입을 검토했다. 하지만 번번이 추가 예산 문제 및 구체적인 성과 지표와 관련한 내부 이견 차 등으로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연공서열식 호봉제가 유지돼왔다.

이는 서울대 교수의 ‘연봉 파워’를 뚝 떨어트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한국교육개발원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서울대 정교수 평균 연봉은 1억 2173만 원으로 국내 교수 연봉 상위 5개 대학의 73% 수준에 그쳤다. 다른 주요 대학의 경우 정교수 평균 연봉이 △KAIST 1억 4094만 원 △포항공대(포스텍) 1억 6409만 원 △연세대 1억 8470만 원 △고려대 1억 5831만 원 △성균관대 1억 9027만 원 등 모두 서울대를 크게 웃돌았다.

글로벌 주요 대학이나 실리콘밸리 연구원 등의 연봉과는 비교조차 어렵다. 서울대 교수협의회가 2022년 발표한 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대 교원 임금은 QS 랭킹 기준 세계 최상위 대학 교원 임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미국에서 유학한 박사급 인재들도 현지 대학이나 실리콘밸리 등에 비해 현격히 낮은 연봉과 정주 여건 등을 고려해 미국에 남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한 박사급 연구원은 “글로벌 교수 노동시장에서 서울대의 경쟁력은 크게 떨어진다”며 “높은 강남 집값, 아이들의 사교육비 등을 생각하면 한국으로의 유턴이 매력적인 선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중국의 경우 이미 2008년 공산당이 주도한 ‘천인계획(세계적인 석학 1000명 영입)’ 사업을 시작으로 해외 고급 인력 유치 및 국내 과학기술 인재 육성을 위해 천문학적 규모의 돈을 쏟아붓고 있다.

이처럼 파격적인 대우를 해주는 해외 대학이 늘어나자 기존 교수진조차 서울대를 떠나는 형국이다. 실제로 서울대 교협은 최근 10년 내 자발적 이직 현황을 분석한 결과 “우수 역량 교원의 이직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면서 낙후된 임금 체계의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걸출한 교육과 연구 능력을 갖춘 국내외 연구자들이 서울대 봉직을 원할 만큼의 보수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성과연봉제 도입은 철밥통 파괴의 ‘첫 단추’에 불과할 수 있으나 향후 서울대의 연구 실적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임정묵 서울대 교수회 회장은 “교수들의 철밥통을 깨겠다고 규정화한 것은 정말 큰 결단”이라면서 “기본급(호봉)에 더해서 연구 성과급만 소정 지급하던 기존 보수 체계와 달리 연구·교육·봉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성과를 장려할 수 있는 평가 기준을 세우기 위해 (대학 본부가) 고심 중”이라고 전했다.

이미 서울대는 올해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성과연봉제 시행을 염두에 두고 인건비를 전년 대비 7.5% 인상한 상태다. 서울대 재경위원회는 지난해 ‘197억 원을 교원 보상 체계 개편에 따른 인건비 및 대규모 시설 사업 재원 마련을 위한 기금으로 적립하기 위해 추가경정을 편성한다’고 결정했다. 이어 올해 1월 2025년도 법인회계 세입·세출 예산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교원 성과 중시 연봉제 도입’에 대한 본격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언급하는 등 꾸준히 물밑 작업을 진행해왔다. 임 회장은 “남은 관문은 세부 규정을 완성해 교수노조의 승인을 받고 정부와 협의해 차후 예산까지 확보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10년 간 외국인 교수 비율 오히려 떨어져…‘외국인 스타 교수’ 모신다

서울대의 전체 교수 중 외국인 교수 비율이 최근 10년 새 되레 감소해 전체 교수 중 5%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외국인 교수를 영입했으나 낮은 봉급, 복잡한 행정 체계 등을 이유로 서울대를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교수 중 절반이 외국인 교수인 싱가포르대·홍콩중문대·난양공대는 물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연세대·고려대 등 국내 대학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이날 서울대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대의 외국인 교수는 114명으로 전체 교수 2344명 중 4.8%에 불과했다. 2014년 5.1%에 비해 오히려 감소한 결과로 해외 유수 석학에게 서울대가 전혀 매력 있는 선택이 아니라는 점이 통계에서도 확인된 셈이다.

아시아 주요 대학과 비교하면 서울대의 초라한 성적표가 더 두드러진다. 2022년 서울대 교수회에 따르면 서울대의 주요 경쟁 상대라 할 수 있는 싱가포르대·홍콩중문대·난양공대는 외국인 교수 비율이 50%를 넘었다. 영어를 쓰지 않는 중화권으로 눈을 넓혀봐도 중국 저장대와 베이징대의 외국인 교원 비율은 20%를 넘는다.

심지어 국내 유수 대학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KAIST는 전체 교수 716명 중 외국인이 71명(9.92%), 연세대는 교수 2188명 중 127명(5.8%), 고려대는 교수 1784명 중 103명(5.8%)이 외국인이었다. 서울대 교수회는 “서울대는 낮은 외국인 교수 비율로 교육과 연구의 국제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임 외국인 교수를 뽑기도 벅찬 것이 현실이다. 2015년부터 2022년 사이 서울대가 집계한 외국인 교원 모집 공고 대비 임용 성공률을 분석한 결과 50%를 넘긴 해는 2019년(80%), 2020년(50%), 2022년(56%) 등 3개년에 불과했다. KAIST가 같은 기간 외국인 교수를 34명에서 두 배 이상 늘린 것과 비교하면 더 초라하다.

서울대가 외국인 교수들을 끌어오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적은 보수’와 ‘열악한 인프라’가 꼽힌다. 임호준 서울대 교수노조위원장은 “가뜩이나 월급이 다른 사립대학보다 낮은 상황이다 보니 교수 아파트 지원 기간이 끝나면 다들 높은 집값을 버티지 못하고 바로 돌아간다"면서 “구조적인 처우 개선이 없으면 세계 대학과 경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임정묵 서울대 교수회 회장 역시 “외국인 교수가 장기 체류하기에는 자녀 교육, 비자 문제 등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행정 체계가 폐쇄적이고 연봉 처우마저 좋지 않다”고 짚었다.

다 서울대로 도망가겠네…고민 커진 4대 과기원


서울대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서 지방 소재 4대 과학기술원의 고민도 커지게 됐다. 지난 6년간 4대 과기원을 떠난 교원 다섯 명 중 한 명이 서울대로 이직한 상황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이 탈출 행렬에 더욱 불을 지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4년 9월까지 총 160명의 교원이 4대 과기원을 떠났다. 학교별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49명, 울산과학기술원(UNIST) 68명, 광주과학기술원(GIST) 17명,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26명이었다. 이들 중 32명이 서울대로, 51명이 서울대 외 수도권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어 해외 대학 25명, 포항공대(포스텍) 16명 등 순이었다.

앞서 4대 과기원은 2023년 공공기관에서 제외되면서 총액 인건비 제도를 더 이상 따를 필요가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인재 영입 자유도가 높아졌지만 여전히 정주 여건(지방), 예산 등의 한계로 파격적인 연봉 인상에는 어려움이 있다. 특히 KAIST를 제외한 세 곳의 과기원에서 고민이 크다. KAIST의 경우 5000억 원이 넘는 발전기금을 활용해 고액 연봉을 제시할 여력이 있지만 역사가 비교적 짧은 나머지 세 곳의 경우 발전기금이 100억 원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UNIST 관계자는 “정해진 예산이 있다 보니 무작정 몸값 높은 분을 데려올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연봉 대신 자녀 교육 등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DGIST 관계자는 “초임 교수 지원금(스타트펀드)을 최대 1억 5000만 원으로 늘리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연봉도 과거보다는 많이 올렸지만 현실적으로 노벨상 수상자가 온다고 해서 20억~30억 원씩을 줄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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