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량을 메고 몇㎞로 뛰는 거는 준비운동에 불과합니다”
우크라이나군과 전투 중 생포된 북한군 포로가 북한의 군사 훈련 실태에 대해 이렇게 증언했다.
최근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 공개한 정찰총국 소속 북한군 포로 백모씨의 육성 파일을 들어보면 “갖가지 다 배우는데 제일 비중이 높은 것은 체육 훈련, 육체 훈련”이라며 “중량을 메고 몇㎞로 뛰는 거는 준비운동으로 뛰는 거고, 말하자면 강도는 힘들어서 눈물이 나올 정도로 훈련한다”고 밝혔다.
이어 “주에 100리(약 40㎞)를 뛰고 월 마지막 날에는 200리(약 80㎞)를 뛴다. 100리는 4시간이고, 200리는 8시간이다. (배낭 무게는) 20∼25㎏”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북한군 포로들과 면담한 군사 전문기자 출신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육성 파일을 공개하고 “우리 군 특수부대 특전사도 고강도 훈련을 받지만, 북한군은 그 이상으로 상당한 훈련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며 “과장한 이야기로는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이 같은 강도 높은 훈련 덕분에 북한군은 우크라이나 측이 놀랄 정도의 전투력를 과시하고 있다.
유 의원은 우크라이나 정보총국장인 키릴로 부다노프 중장이 현지에서 진행한 북한군 관련 브리핑을 소개하며 “북한군 5명이 러시아군 10명의 전투력과 대등할 정도로 높은 전투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북한군을 상대해본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은 북한군이 공포심이 없고 체력이 강하며 20살 전후의 젊은 청년층으로 구성돼 있다”고 입을 모았다고 한다.
“파병 북한군 전투력은 러시아 2배”
우크라이나 측은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데도 북한군이 저돌적으로 돌파를 시도하는 모습은 이해할 수가 없다”며 “북한군들은 심리적으로 세뇌가 돼서 두려움을 못 느낀다고 한다. 사상률이 30%가 넘는 상황에서도 본능적 공포를 느끼지 않고 계속 돌격하고 싸우고 자폭한다더라며 오히려 ‘도대체 왜 이렇게 절실하냐’고 되묻기도 했다고 한다.
이는 북한군이 러시아 측으로부터도 충분한 교육과 지원도 받지 못한 채 총알받이로 소모되고 있지만, 전장에서는 맹목적인 전투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우크라이나군에 잡힌 북한군 포로는 단 2명으로 3000여 명이 넘는 부상자를 고려하면 아주 적은 이유에 대해 유 의원은 “부상자들이 자폭을 많이 해서 그런 상황이 됐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북한군은 ‘포로로 잡히는 건 조국에 대한 배반이다’고 가스라이팅 당해 그것이 체화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파병 북한군은 크게 두 그룹으로 하나는 폭풍군단, 11군단인 경보병 부대이고 또 하나는 정찰총국으로 정찰총국도 최정예 부대로 아주 고강도 훈련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북한군은 전선돌격대로 투입되면서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고 일부는 자폭도 불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젊은 북한군이 김정은식 사상교육을 받았기 때문으로 보이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2월 13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한군 한 명이 우크라이나군에 포획될 위기에 놓이자 ‘김정은 장군’을 외치며 수류탄을 꺼내 자폭을 시도하다가 사살된 사례도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포로 백모씨는 자폭 관련 질의에 “목격도 많이 했고 나 역시 부상 당해서 쓰러질 당시 자폭용 수류탄을 가지고 있었다”며 “적에게 잡히면 그 자체가 어쨌든 조국에 대한 배반이니깐 스스로 그렇게 (자폭을) 생각하는 것”이라고 증언했다. 또 다른 포로 리모씨는 북한군의 피해 정도에 대해 “선행한 전투단들이 모두 희생되고 부상을 입었다”며 “우리가 마지막 전투단이었다”고 했다.
국정원은 지난해 10월 북한이 최정예 부대원 약 1만 2000명을 러시아에 파병한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군은 러-우 전쟁 격전지인 쿠르스크 지역에 전선 돌격대로 투입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이 전선을 뚫는 역할을 하면 러시아군이 밀고 들어가는 전술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군은 2차 추가 파병은 물론 3차 파병 정황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 의원은 “2차 파병된 북한군 1500여 명이 이미 현지 적응 훈련 뒤 러시아 쿠르스크 인근에 배치됐다”며 “북한군 총 3500여 명이 러시아 극동지역 다섯 곳에서 현지적응 훈련 중이며 3차 파병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보총국이 파악한 지난 2월 26일 기준 북한군 전사자는 400여 명, 부상자는 3600여 명이다. 부상자 중 300여 명은 치료 후 전선에 재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의원은 현지에서 키릴로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정보총국장과 특수작전군 소속 고위 지휘관 등을 접견했다.
“공포 못 느끼고 돌격하는 북한군”
게다가 북한은 고위급 장성도 잇따라 파병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정보총국에 따르면 북한이 김영복 총참모부 부총참모장, 이창호 정찰총국장, 신금철 총참모부 작전국 처장을 비롯한 4명의 고위급 장성을 함께 파병됐다. 앞서 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 국방정보총국은 북한군 장성 3명이 현지에서 북한군을 지휘하고 있다고 밝혔고, 국정원조 파병된 장성은 3명이라고 보고 있다. 이번에 우크라이나 당국이 북한 장성을 4명으로 파악한 건 이후 장성급도 추가 투입된 것일 수 있다.
김정은식 교육을 받아 사상 무장이 잘 돼 있는 북한군에게는 우크라이나 측의 심리전도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의원은 우크라이나 측이 “북한군을 대상으로 심리전 방송과 항복을 유도하기 위한 전단을 살포 중이지만 효과는 미미하다고 했다”면서 북한군 개개인의 사상 교육이 비교적 잘 된 것으로 평가된다.
주목할 점은 북한군이 전장에서 ‘현대전 경험 습득’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유 의원은 “(지난 1월 생포된) 북한군 포로를 심문한 결과 지시 받은 주된 임무는 실전을 통해서 현대전을 많이 경험하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북한군은 전투 초기 드론전 등에 취약했지만 점점 현대전에 적응하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고 강조했다. 북한군이 6.25 전쟁 이후 처음으로 쌓은 현대전 경험을 기반으로 남측을 겨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한편 북한군이 러시아 군인의 휴대폰을 빌려 북한에 있는 가족과 연락을 시도하는 정황도 포착됐다. 파병 소식이 가족 간 통화를 통해 북한 내부로 퍼질 경우 민심 이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북한 지휘부가 파병 북한군의 외부와의 연락을 철저하게 차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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