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제22사단의 김채은 하사는 최근 생면부지의 혈액암 환자에게 조혈모세포를 기증, 새로운 삶을 선물해 군은 물론 우리 사회의 귀감이 됐다. 이전부터 헌혈을 꾸준히 해왔던 김 하사는 간호사인 친언니를 통해 조혈모세포 기증 안내 책자를 보게 됐고 2020년 기증 희망자로 등록했다. 김 하사처럼 우리 국민 중에도 조혈모세포 기증을 통해 혈액 질환으로 꺼져가는 생명을 구하는 이들이 꾸준히 늘고 있으나 선진국에 비해서는 여전히 적은 실정이다. 과거 골수이식으로 불렸던 조혈모세포 기증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이식 수술에 대한 두려움이 여전한 탓이다.
이홍기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KMDP) 회장은 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조혈모세포 기증은 백혈병·혈액암 환자가 삶을 이어갈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라며 “조혈모세포 채취 과정은 헌혈할 때 정도의 통증을 수반하기 때문에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지난 1994년 비영리법인으로 출범했다. 난치성 혈액 질환의 치료를 위해 동종조혈모세포 이식이 필요한 환자에게 원활하게 이식이 이뤄지도록 조혈모세포에 관한 교육, 홍보, 기증자 모집, 이식 조정 업무 등을 수행한다. 오는 11일 협회는 창립 31주년을 맞는다.
조혈모세포는 우리 몸의 혈액 내에 존재하는 혈액세포, 즉 백혈구·적혈구·혈소판을 만드는 어머니 세포다. 주로 골수에 분포하고 있으며 우리 몸에 필요한 혈액세포를 매일 생성한다. 조혈모세포 기증의 필요성에 대해 이 회장은 “조혈모세포 기능에 장애가 생겨 정상적인 혈액세포를 생성하지 못하는 병이 백혈병과 혈액암으로 화학·면역요법 등의 여러 치료 방법이 있지만 이런 치료가 효과를 못 볼 때 조혈모세포 이식을 해야 한다”며 “기증자의 조혈모세포가 환자의 몸에 성공적으로 생착되면 새로운 건강한 혈액세포가 만들어지고 환자는 다시 건강한 삶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흔히 조혈모세포 기증은 ‘2만 분의 1의 기적’이라고 말한다. 조혈모세포를 주고받기 위해서는 기증자와 환자 간 유전자형이 일치해야 하는데 그 확률은 형제 간에는 25%, 부모 자식 간에는 50% 정도다. 혈연에서 유전자가 일치하지 않는다면 타인 중에서 찾아야 하는데 그 확률은 수만 분의 일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조혈모세포 기증을 위한 채취 과정에서 심한 통증이 뒤따른다고 알고 있지만 이는 20년 전 방식이며 요즘은 통증이 거의 없다고 한다. 이 회장은 “예전에는 장골의 바늘로 골수를 채취하는 방식이어서 상당한 통증이 있었지만 지금은 골수가 아닌 조혈모세포를 채취하는 방식”이라며 “조혈모세포 채취 과정은 헌혈 때처럼 팔에 바늘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조금 따끔한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조혈모세포를 기증했다고 해서 자신의 몸에서 그만큼의 조혈모세포가 없어지는 게 아니다”며 “기증 후 평균 4주 이내면 원래대로 회복이 되기 때문에 기증자는 이전처럼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회장의 고민은 기증 신청을 높이는 것이다. 국내에서 조혈모세포 기증을 희망하는 사람은 전체 인구 대비 1%에도 못 미친다. 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자 수는 42만 6246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0.82% 수준이다. 이 중 실제 기증이 이뤄진 것은 1만 1546명이다. 미국의 경우 전체 인구 대비 2.60%인 900만 여명이 기증 희망을 신청했고 실제 13만 여명이 기증했다.
조혈모세포 기증 신청은 만 18세부터 40세까지 신체 건강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능하다. 협회를 비롯해 대한적십자사·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생명나눔실천본부·한마음한몸운동본부 등 5개 기관에서 기증 희망을 등록할 수 있다. 이 회장은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자와 기증자를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공영주차장 주차비 감면, 보건소 진료비 감면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며 “조혈모세포 기증은 환자뿐 아니라 그 가족과 친구·동료 등 여러 사회 구성원들에게도 매우 귀중한 일이니 기증 희망에 많은 참여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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