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방위적인 관세 부과 불확실성이 날로 커지자 미국 경기가 조만간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월가에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5일(현지 시간) 글로벌 투자은행(IB)인 JP모건의 최근 통계 모델을 인용해 경기 침체에 대한 시장의 내재적 확률이 지난해 11월 말 17%에서 이달 4일 31%로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JP모건의 모델에 따르면 특히 미국 국채 5년물, 중소형주 지수인 러셀 2000을 기반으로 한 경기 침체 가능성은 지난해 11월 말 45%, 1%에서 4일 52%, 48%로 각각 급등했다. 기초 금속 가격을 통해 본 경기 둔화 확률도 52%에 달했다.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이 올라간 월가의 지표는 이뿐만이 아니다. 블룸버그통신은 골드만삭스의 유사 투자 통계 모델 역시 미국의 경기 침체 위험도가 1월 14%에서 이달 23%로 올라갔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의 모델은 신용 스프레드(국고채와 회사채 간 금리 차이),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 지수(VIX) 등을 교차 분석한 지표를 기반으로 한다. 1년 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 금리 수준에 대한 선물 시장 기대치 추적 지표로는 경제 위축 가능성이 46%까지 올라갔다.
이와 함께 골드만삭스의 얀 하치우스 연구원이 이끄는 팀은 별도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 최대 피해 산업으로 재료비가 오르는 철강·알루미늄 활용 2차 제조업과 석유·석탄 제품, 의약품 등을 꼽았다. 수혜 분야는 철강·알루미늄 1차 제조업과 원자재 생산업으로 한정했다.
골드만삭스는 “일련의 관세 정책이 생산 측면보다는 가계 실질소득 감소나 금융 여건 악화에 더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경기 침체 우려는 성장 둔화와 높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징후 속에서 늘고 있다며 최근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25%가 ‘내년에는 경기가 위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전했다. 영국 케임브리지 퀸스칼리지의 모하메드 엘 에리언 총장도 “경기 침체 가능성이 연초 10%에서 25~30%로 올라갔다”고 평가했다.
월가가 경기 침체 가능성을 이렇게 높여 잡은 것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 효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그만큼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 폭탄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든 한 동안은 금융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월가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실제 5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선물지수도 미국 정부의 캐나다·멕시코 관세 한달 간 면제 소식에도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조차 4일 워싱턴DC 미국 연방의회에서 가진 집권 2기 첫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관세가 궁극적으로는 미국을 부유하고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면서도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줄 수는 있다”고 인정했다.
니콜라오스 파니기르초글루 JP모건 연구원은 “최근 몇 주 동안 미국의 경제 지표도 부진하고 기업과 소비자의 신뢰도도 약해졌다”며 “이로 인해 미국 경기 침체의 유령이 떠오르고 있고 시장은 자연스럽게 그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크리스찬 뮐러 글리스만골드만삭스 자산배분전략 팀장은 “VIX는 경기 침체기에 급등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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