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가 굉음을 내며 지나가더니 갑자기 콰쾅 소리가 나면서 전기가 끊겼습니다. 밖으로 뛰어나가 보니 구름 같은 검은 연기가 피어 오르는 게 보였고 마치 전쟁이 난 것처럼 공포스러웠습니다.”
6일 오전 10시 4분께 70~80가구가 모여 사는 평화롭던 시골 마을에 공군 전투기에서 투하된 폭탄이 떨어지면서 전쟁터를 불방케 했다. 폭발 충격으로 사고 현장에서 100m 가량 떨어진 주택의 창문이 깨지고, 나무들도 찢어졌다.
성당 건물과 주택 3채, 비닐하우스도 심하게 파손된 데다 전신주 1기가 쓰러지며 이일 대 전기가 모두 끊긴 상태다.
사고 현장에서 70m 가량 떨어진 곳에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던 이모(71) 씨는 “폭발 소리와 함께 컨테이너가 들썩일 정도의 충격이 있었고, TV 등 가전 제품이 모두 꺼졌다”며 “현장에 가보니 성당은 거의 반파 수준으로 부서져 구름처럼 큰 검은 연기를 내뿜고 있었고, 전쟁이 난 것처럼 아수라장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번 사고로 목에 파편이 박히는 중상을 입은 A(60) 씨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차를 운전하던 중 ‘꽝’ 소리를 들은 뒤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깨어보니 구급차에 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폭발의 여진은 1km 밖에서도 느껴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군은 추가 폭발 우려로 현장을 통제하고, 폭발물 처리반(EOD)이 현장에서 불발탄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사고 현장 내에 거주하던 주민들은 인근 대피 시설로 옮겨졌다.
한편 이번 사고로 2명이 크게 다치고 6명이 가벼운 부상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중상자 모두 심정지나 의식이 없는 환자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경상자 중 2명은 미얀마와 태국 등 외국 국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군 당국은 이날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 일대에서 공군, 육군과 주한미군이 참여하는 한미 연합합동 통합화력 실사격 훈련 중 공군 KF-16에서 MK-82 일반폭탄 8발이 비정상 투하돼 사격장 외부 지역에 낙탄됐다고 밝혔다.
백영현 포천시장은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비탄(사격 표적을 지나 튕겨져 나와 다른 곳에 도달한 탄환)이 달리는 차량에 떨어진 일도 있었지만 민가를 직접 사격하는 도저히 있어서는 안 될 사고가 발생했다”며 “시민들이 납득할만한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군사훈련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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