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소로스 등 미국 월스트리트의 유명 인사를 사칭해 허위 달러 채권을 판매하는 신종 사기가 성행 중인 것으로 파악돼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이들은 구독자 10만 명 안팎의 경제 인플루언서 유튜브에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연초부터 고환율이 지속되면서 달러 투자를 미끼로 한 폰지(유사 수신)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6일 사정 기관에 따르면 ‘제프리본드(Jefferie Bond)’라는 상호명을 내건 한 사이트에서 최대 월 2.4%(연 28.8%)의 이자를 매달 1일 지급한다며 달러화 표시 채권을 판매하고 있다.
사이트는 제프리본드를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유명 금융사로 소개하고 있다. 사이트 역시 본문 전체가 영어로 돼 있다. 하지만 미국에는 제프리본드라는 금융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 유명 투자은행(IB)인 ‘제프리스(Jefferies Group)’를 교묘하게 사칭한 데 불과하다. 월가에서 ‘채권 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대표를 연상시키는 이름이기도 하다.
투자자들은 주로 유튜브 허위 광고를 보고 사이트에 방문했다가 피해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독자 10만 안팎의 경제 인플루언서들이 1~2월 사이에 홍보 영상 수십 개를 집중적으로 게시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해당 영상들은 대부분 삭제된 상태다. 3000만 원을 투자했다는 한 피해자는 “‘달러 채권’으로 검색하니 제프리 채권 투자를 권하는 영상을 다수 접할 수 있었다”며 “얼굴을 직접 내걸고 홍보하니 그 순간만큼은 정말 진짜 같았다”고 토로했다.
허위 광고는 네이버 블로그·카페, 심지어 다수 중소 언론사 홈페이지에도 버젓이 실렸다. 이들은 ‘제프리펀드는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신뢰받는 기업’ ‘4개월 만에 한국인 가입액이 두 배 늘어났다’ 등 명백한 허위 사실을 전혀 걸러내지 않고 기사화해 내보냈다.
입금 후 사기를 의심한 투자자들은 중도 해지가 가능하다는 안내에 따라 해지를 신청했지만 며칠이 지나도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 현재 투자자들이 대구 북부경찰서 등 일선 경찰서에 피해를 신고하기 시작한 단계다. 10여 명의 투자자들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만들어 집단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피해는 지난달에 집중됐으며 피해 금액은 인당 최소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피해자는 “매월 1일에 이자를 지급한다고 한 만큼 최근 들어서야 사기 사실을 인지한 피해자들도 상당수”라며 피해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사이트 측은 사기 사실이 탄로 나기 시작하자 ‘소로스펀드’ ‘리차드펀드’ 등 쌍둥이 사이트를 개설해 사기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감독원 측은 “배후가 불분명한 ‘유령 사이트’인 만큼 확언은 할 수 없으나 사이트 구조, 판매 상품 등을 봤을 때 같은 업체로 추정된다”며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의뢰해 지속적으로 홈페이지 접속 링크(URL)를 차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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