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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년 공적자금 운용 은퇴하는 추흥식 "투자처 다변화 등 새 시도한 게 보람"

중앙銀·국부펀드·MDB 모두 몸 담아…환갑에 WB 지원

"개도국 외환운용 컨설팅…경제안정 도움 준 것 보람"

"지금은 다시 채권 투자 중요성 재인식되는 시기"

"WB 한국인 지원·韓 자산운용 서포터 할 것"

추흥식 전 세계은행 최고투자고문이 최근 워싱턴DC 세계은행 본부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제가 몸담았던 3개 기관 모두에서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변화를 추구했던 점이 가장 자랑스럽습니다.”

초대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장을 비롯해 한국투자공사 투자운용본부장(CIO), 세계은행 투자운용국장·최고투자고문 등 공적 자금 운용 분야에 43년간 몸담고 최근 은퇴한 추흥식 전 원장은 치열하게 살아온 과거를 되돌아보며 이같이 밝혔다.

추 전 원장은 최근 워싱턴DC에 위치한 세계은행 본부 건물 인근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앙은행과 국부펀드·다자개발은행 등을 모두 경험한 특이한 경력을 쌓았다”면서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추구하며 기관이 필요로 하는 진화를 이끌었던 점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추 전 원장은 한국은행에서 32년간 근무하며 2011년 한은 외자운용원 설립에 기여, 초대 외자운용원장을 지냈다. 이어 한국투자공사에서 약 3년을 일하고 환갑의 나이에 세계은행에 지원해 8년 반을 더 근무했다. 그는 “1996년 한은 외자 운용을 건별 투자에서 포트폴리오 관리로 전환하는 큰 변화가 있었는데 이를 주도했다”면서 “한국투자공사와 세계은행에서도 제한된 범위 내에서 투자 상품 다변화와 전략 다변화를 추구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세계은행의 경우 이전까지는 미국 국채 등 안전 채권을 중심으로 보수적인 자산 운용을 해왔는데 회사채와 신흥국 채권 등 분야로 투자처를 넓히는 데 일조했다”고 소개했다.



추 전 원장은 보람 있었던 일로 세계은행에서 신흥국 외환보유액 운용에 도움을 준 것을 꼽았다. 그는 “동남아에 있는 한 나라의 경우 과거에는 미국 달러 등에만 보유 외환을 투자했지만 세계은행의 컨설팅을 받고 지금은 비달러권 자산과 모기지 채권, 회사채 등으로 투자처를 넓혔다”며 “신흥국일수록 보유 외환을 효과적으로 운용했을 때 경제의 안정성과 국민들의 복지, 경제개발, 빈곤 퇴치에 영향이 커 보람 있었다”고 강조했다.

추 전 원장이 속했던 기관의 자산 규모 혹은 그가 관리한 자산 규모는 한국은행이 4000억 달러, 한국투자공사가 2000억 달러, 세계은행이 1000억 달러로 이를 모두 합치면 약 7000억 달러에 이른다. 추 전 원장은 장기간의 저금리 기간을 거쳐 금리가 상승한 현 시점에 자산 운용 전략이 바뀌는지에 대한 질문에 “중앙은행 등의 자산 운용 틀은 긴 호흡으로 바라보며 바꿔나가야 한다”면서도 “과거 주식이 채권보다 수익률이 좋았지만 지금은 다시 채권 투자의 중요성이 재인식되는 시기로 되돌아왔다”고 진단했다.

추 전 원장은 국부펀드 등 국내 자산 운용 업계와 운용역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타국의 국부펀드·공적연금 CIO는 임기가 10년이고 급여도 민간보다 3~4배 높은 데 비해 우리는 운용 실력이 전 세계 최상위권에 속하지만 임기는 2년에 불과하고 급여도 공무원과 비교하면 낮다는 것이다.

1958년생으로 올해로 67세인 추 전 원장은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을까. 그는 “세계은행의 문을 두드리려는 한국인들에 대한 멘토링을 하고 싶다”고 했다. 세계은행에도 한국 국적의 직원이 많지만 분담금을 고려할 때 더 많은 인원이 채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추 전 원장은 “우리나라 자산 운용 업계에 대한 조언도 하고 싶다”며 “잘하는 것을 더 잘하게 해주는 일종의 서포터 같은 역할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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