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례 연습 훈련인 ‘자유의방패(FS)’ 연습과 연계한 연합·합동 통합 화력 실사격 훈련이 실시된 6일 오전 경기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민가에 공군 소속 KF-16 전투기의 폭탄 오발 사고가 발생해 15명이 중경상을 입는 초유의 사고가 발생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4분쯤 한미 연합 통합 화력 훈련에 참여한 공군의 KF-16 전투기 2대에서 ‘MK-82’ 공대지 폭탄이 각각 4발씩, 총 8발이 투하돼 사격장 외부에 낙탄됐다. 이 폭탄은 민가에 떨어져 마을 주민들이 다쳤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15명이 다쳤고 10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소방 당국은 중상 2명, 경상 13명으로 분류했다. 경상자에는 군 성당에 와 있던 군인 2명과 마을에 있던 외국인 2명이 포함됐다.
인명 피해 외 건물 8개 동도 피해를 봤다. 세부적으로 성당 1동, 주택 5동, 창고 1동, 비닐하우스 1동이며 포터 차량 1대도 일부 파손됐다.
오폭 사고의 원인은 KF-16 전투기 조종사의 포격 좌표 입력 실수로 드러났다.
국방부와 공군·육군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훈련에 참여한 KF-16 2대에서 비정상 투하된 폭탄 8발 모두 탄착점을 확인했고 낙탄 위치는 승진 성당 인근 지역, 육군 부대 연병장, 도로, 농지 등”이라며 “원인은 조종사 좌표 입력 실수로 파악됐고 이는 조종사 진술로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공군 관계자는 “이번 훈련은 1기가 사격하면 그다음 2번기가 나란히 붙어 동시 발사하는 전술훈련이었다”며 “좌표는 1·2기가 모두 입력하게 돼 있는데 2번기는 1번기가 입력한 좌표에 따라 발사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어 “비행 과정 중에 조종사가 임무를 받으면 그 임무의 좌표를 임무 이행 장비에 입력하게 돼 있는데 입력 과정에서 조종사가 잘못 입력한 것으로 현재 파악하고 있다”며 “입력 후 다시 체크해야 하는데 조종사 본인은 맞게 입력했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군 당국은 현장을 통제하고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르는 불발탄 해체 작업을 위해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떨어진 8발은 모두 폭발했고 불발탄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공군은 이 훈련에 KF-16 전투기 총 5대를 투입했고 이 중 2대에서 비정상 투하가 이뤄졌다. 오발된 MK-82 공대지 폭탄은 건물·교량 파괴 등에 사용되는 500파운드(227㎏)급 범용 폭탄이다. 직경 8m, 깊이 2.4m의 폭파구를 만들 정도로 위력이 크고 위치정보시스템(GPS) 유도 방식이 아닌 무유도 방식으로 투하된다. 폭탄 1개의 살상 반경은 축구장 1개 정도의 크기로 알려졌다.
공군은 박기완 참모차장을 위원장으로 사고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정확한 사고 경위와 피해 상황 등 조사에 착수했다.
군 당국은 내부적으로 마련된 지상 및 공중전에서의 폭탄 투하 좌표 확인 절차가 이번 사고에서는 생략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오폭 사고의 원인이 정확하게 규명되기 전까지 실사격 훈련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이 된 대목은 전투기 오폭 사고가 ‘포탄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민가에 떨어져 폭발했다’고 민간인이 관계 당국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다는 점이다. 심지어 군 당국은 오폭 사고가 발생하고 100분이 지나서야 공군 전투기에서 MK-82 폭탄이 잘못 투하됐다고 늦장 발표했다.
민가에 떨어진 MK-82 공대지 폭탄은 이날 오전 10시 4분에 투하됐는데 공군은 11시 41분에서야 국방부 출입 기자단에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통해 관련 사실을 알렸다. 이 때문에 공군이 초반에는 오폭 사실을 인지조차 하지 못했다가 보도를 접한 뒤에야 진상 파악에 나섰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공군은 “비정상 투하 사고로 민간 피해가 발생한 데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피해 배상 등 모든 필요한 조치를 적극 시행하겠다”고 했다.
한편 한미 군 당국은 이달 10일부터 20일까지 11일간 연합 방위 태세 확립을 위한 FS 연습을 실시한다. FS 연습은 매년 3월께 실시되는 한미 정례 연합훈련으로 1976년에 시작된 ‘키리졸브’를 대체하는 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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