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사랑합니다.”
8일 오후 5시 48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굳게 닫혀있다 열린 정문을 통해 나온 경광등이 부착된 경호차량에서 검은색 정장 차림을 한 윤석열 대통령이 내렸다. 지난달 1월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체포된 지 52일 만에 대중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윤 대통령은 구치소 정문 앞에서부터 3분가량 거리를 걸으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두 차례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간간이 주먹을 치켜들며 웃음을 짓기도 했다. 윤 대통령 바로 뒤에는 특수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김성훈 경호처 차장이 있었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윤 대통령의 측근들과 석동현 변호사 등도 그 뒤를 따랐다.
이날 이른 오후부터 12·3 비상계엄 사태로 구속기소 된 윤 대통령의 석방 현장을 보기 위해 서울구치소 앞에 몰린 500여 명(경찰 비공식 추산)의 지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윤석열’을 연호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윤 대통령이 보이자 눈물을 흘리며 “고생하셨습니다”고 외치기도 했다. 서울구치소에서 대로로 내려오는 길목 곳곳에도 지지자들이 몰려 윤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을 향해 손을 흔들거나 ‘부정선거 검증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어보였다.
대검찰청의 석방 지휘 지시에 반발한 것으로 알려진 박세현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장과 앞서 윤 대통령을 구속한 오동운 공수처장 등을 향한 욕설도 곳곳에서 들려왔다. 일부 지지자가 “박세현을 구속시켜야 한다”고 외치자 곳곳에서 “구속으로도 부족하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지지자들이 윤 대통령의 사진을 찍기 위해 펜스 앞으로 몰려들어 자칫 저지선이 무너질 뻔한 아찔한 상황도 연출됐다. 일부 지지자들은 “밀지 말라”고 소리치기도 했지만, 윤 대통령의 동선을 따라가려는 지지자들에 떠밀려 휩쓸리기도 해 경찰이 제지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5시 51분께 다시 차량에 탑승해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향했다. 이후 6시 16분께 관저 인근에 도착한 윤 대통령은 한 차례 더 경호차량에 내려 집결해 있던 1200여 명(경찰 비공식 추산)의 지지자들과 악수를 하며 인사했다.
이날 서울에서 내려와 오전부터 구치소 앞에 와 있었다는 70대 김 모 씨는 “윤 대통령이 석방된 것도 기쁜데, 대통령의 모습을 직접 보니 기분이 날아갈 듯이 좋다”며 “불법 체포로 2개월 가량 고생하셨을 생각을 하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고 울먹였다.
응원도구 중 하나인 부부젤라를 연신 불던 50대 박 모 씨는 “건강이 안 좋으실까 걱정했었는데, 얼굴이 좋아보이셔서 마음이 놓인다”면서도 “이제부터 시작이다. 불법 탄핵을 저지하기 위한 싸움은 지금부터”라고 말했다.
경찰은 서울구치소 인근에 4개 부대 240여 명을 배치하고 차벽을 세우며 안전사고에 대비했다.
윤 대통령 측은 석방이 확정된 후 “불법을 바로잡아준 중앙지법 재판부의 용기와 결단에 감사드린다”며 “구속에 항의하며 목숨을 끊으셨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 마음이 아팠다. 진심으로 명복을 빈다”며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한편, 이달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윤 대통령 측이 ‘구속 상태가 부당하다’며 낸 구속 취소 청구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검은 심우정 검찰총장 등 검사장급 간부 회의를 열고 특수본에 항고 포기 및 석방 지휘를 지시했다.
특수본은 대검의 지시에 반발하다 이날 오후 5시 20분께 윤 대통령에 대한 석방지휘서를 서울구치소에 보냈다. 다만 특수본은 입장문을 내고 “법원의 판단은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며 “향후에도 특수본은 이 같은 의견을 계속 주장하고 입증해 나갈 것”이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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