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미국 제재를 우회하고 대만 TSMC의 인공지능(AI) 반도체 200만 개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2020년부터 미국 기술과 장비를 사용해 생산된 반도체는 정부의 허가 없이 화웨이에 수출할 수 없도록 제재하고 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7일(현지 시간) 공개한 보고서에서 대만 당국자들을 인용해 “TSMC가 200만 개 이상의 어센드 910B 로직다이를 제조했는데 이 모든 것은 이제 화웨이에 있다”며 “사실일 경우 이는 100만 개의 어센드 910C를 만들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어센드910C는 화웨이의 차세대 고성능 AI 칩으로 엔비디아 H100 성능의 60%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다.
어센드 910C는 두 개의 어센드910B 다이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결합해 만든다. 보고서에 따르면 화웨이는 2020년 미국의 수출통제 이후에도 TSMC가 제조한 대량의 어센드 910B칩을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사들였다. HBM도 최소 1년치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미국의 대중국 첨단 HBM 유입 통제 계획을 알게 된 뒤 삼성전자로부터 구입하거나 혹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비축분을 늘린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서는 최근 세계적인 관심을 끈 중국 AI 모델 딥시크의 성공이 미국의 반도체 수출통제 결함 때문이라는 진단도 내놨다. 실제로 딥시크의 AI 모델 훈련에는 화웨이의 어센드 910C가 활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고서는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대규모 엔비디아 반도체 밀수가 2023년 10월 이전에 발생했고 2024년 초까지 상당한 H100 칩 밀수가 진행 중이었다”고 전했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 전쟁’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는 의견도 담았다. 보고서는 “미국이 인간 수준의 범용인공지능(AGI) 경쟁에서 여전히 앞서고는 있지만 1~2년 이상 우위를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중국의 대규모 정부 투자, 칩 밀수, 기술 스파이 등을 고려하면 미국이 엉성하게 수출을 통제하거나 칩 밀수에 관용적인 태도를 보이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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